회사채 발행에 나선 A급 기업들이 AA급 우량 기업 못지않은 흥행 실적을 내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회사채 시장에 온기가 도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전반적인 투자 심리 개선으로 볼 수는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3일 금융투자(IB)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대우는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청약을 실시했다. 사명을 바꾼 뒤 가진 첫 회사채 청약에 당초 예상보다 많은 3700억원의 자금이 몰리자, 포스코대우는 발행액을 500억원 늘렸다.
특히 청약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당초 연 2.16% 수준으로 예상됐던 발행금리도 연 2.024%로 0.136%포인트 낮아졌다. 해당 회사채는 3년 단일물로,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각각 'AA-', 'A+' 신용등급을 부여했다.
SK케미칼(나이스신평 기준 A, 한신평 기준 A-)은 지난달 20일 실시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900억원 모집에 1150억원의 자금을 모으며 오버부킹(공급을 넘어선 수요)을 기록했다. SK케미칼은 발행 규모를 1120억원으로 늘렸다.
SK케미칼 2년물은 600억원 모집에 1040억원이 모여 1.7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금리도 개별민평금리(나이스피앤아이 등 4개 민간채권평가회사들이 산정한 채권의 가격을 평균한 것)에 19bp(1bp=0.01%포인트)를 가산한 금리로 결정됐다.
다만 5년물은 300억원 모집에 110억원의 수요만이 들어오며 190억원이 미매각됐다.
크레딧 시장 한 관계자는 "최근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한 A급 기업들은 대부분 대기업 계열사로 안정적인 지배구조 아래 있거나 실적이 살아나고 있는 곳들이다"면서 "A급 회사채의 공급량이 워낙 적고, 이들 기업들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제한적이나마 개선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통시장에서도 A급 회사채가 대접을 받고 있다.
최근 한주간(7월 22~28일) 회사채 거래량 상위 종목에 A등급인 한화케미칼 235-2가 900억원이 유통됐다. 거래량 기준 1위다.
효성257-2도 600억원이 유통돼 거래량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민평 대비 강세 기업 회사채에도 효성, SK머티리얼즈, 해태제과식품, 포스코대우, SKC 등 A등급 5개 종목이 상위에 랭크됐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크레딧 시장이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대내적으로도 기업 구조조정 외에도 사드 이슈와 관련한 중국의 경제 보복 가능성,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소비위축 우려, 건설투자 증가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 등 경기의 발목을 잡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유가는 나이지리아의 원유 수출 재개 외에도 리비아의 원유 공급복귀도 예상되고 있어 하방압력이 커졌다.
국내 채권시장도 저금리 기조가 큰 흔들림 없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투자증권 김기명 연구원은 "수급관점에서 시중 유동성은 풍부한 반면 7월에 이어 8월에도 회사채 발행 비수기로 물량 공급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