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트릴 장갑을 착용한 요리사가 음식을 만들고 있다. /LG화학
'메스', '예 셰프'
최근 의사와 요리사를 다룬 방송이 인기다.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은 의사와 요리사가 공통으로 사용하는 물건이 있다. 위생을 위해 착용하는 일회용 장갑이 바로 그것.
의사는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세균감염을 막기 위해 일회용 라텍스 장갑을 의무적으로 착용한다. 요식업계에서도 위생을 중요시 여기는 요리사를 중심으로 일회용 라텍스 장갑 사용이 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레스토랑에서는 장갑 사용이 이미 보편화됐다.
최근에는 기존 천연고무 장갑보다 강도와 착용감, 내침투성 등이 뛰어난 합성고무 아크릴로니트릴 부타디엔 라텍스(NBL) 장갑이 요리와 의료, 정밀산업용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세계 일회용 장갑 시장은 천연고무와 NBL, PVC가 33%, 32%, 30% 정도로 나뉘어 있다. 천연고무 장갑은 합성고무 장갑에 비해 착용감이 뛰어나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했지만, NBL 장갑의 품질이 더 우수한 것이 증명돼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천연고무 장갑에 포함된 단백질 성분이 단백질 알러지가 있는 사람들에게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것도 문제가 됐다.
천연고무 장갑의 대체품으로 인식되던 NBL 장갑은 의료용과 요리용, 정밀산업용을 비롯해 일반 관공서까지 사용 영역을 확대하며 연평균 10%대 성장을 하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NBL 장갑의 소재 기술 발전은 LG화학이 주도하고 있다.
LG화학은 1995년부터 코팅 인쇄용지 접착제로 사용되던 스티렌 부타디엔 라텍스(SBL)를 생산하고 있었다. 하지만 IT 산업 발달로 제지업 시황이 악화되며 제품 수요도 줄었다. 이에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던 LG화학은 급성장하는 일회용 장갑 시장에 주목했다.
2007년 독자 기술을 개발에 성공한 LG화학은 뛰어난 유화중합 기술을 가지고 있던 덕분에 이듬해 NBL 장갑 양산을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 제품에 냄새가 나고 핀홀이 발생한다는 고객사의 불만을 받은 후 문제점 개선을 위한 연구에 힘을 기울였다.
그 결과 2013년 기존 라텍스의 성능을 뛰어넘은 '라텍스 모폴로지' 기술 구현에 성공하며 NBL 기술 선도를 시작했다. LG화학에서 개발한 '세상에서 제일 가벼운' 3g 장갑은 기존 장갑보다 강도(20%)와 내구성(2.5배)이 우수하다. 올해는 기존보다 뛰어난 내침투성을 가진 신제품도 개발했다.
LG화학의 NBL 생산규모는 현재 14만톤으로, 2008년 첫 상업생산 이후 약 10배 가까이 생산규모가 증가했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15%다. 니트릴 장갑 수요는 2020년 2000억장으로 전체 일회용 장갑 시장 3000억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다.
LG화학은 연평균 10%대 고성장을 이어나갈 NBL 시장 공략을 위해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