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용어에 '피터팬 증후군'이라는 것이 있다.
몸은 성장했는데 어른이기를 거부하고 어린이로 살기를 원하는 심리를 말한다. 한 마디로 '어른아이'이다.
꿈과 공상을 하며 네버랜드에서 영원히 소년으로 살아가는 동화속 주인공 피터팬의 이름을 따 피터팬 증후군이란 이름이 붙었다.
경제학에서도 이 말이 쓰인지 오래다. 중소기업은 정부로부터 각종 정책적 지원을 아낌없이 받는다. 그러다 매출이 오르고 고용이 증가하면 중견기업이 되지만 이때부턴 거꾸로 지원이 줄고 규제가 발목을 잡는다. 일부는 중견기업이 되지 않기 위해 회사를 쪼개 중소기업으로 남는 예도 있다. 경제에서의 피터팬 증후군 현상이다. 어찌보면 아이 때 부모의 도움을 받고 성장할 수록 '보호'의 수준이 덜해지는 인간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중견기업에서 몸집이 커져 대기업 반열이 되면 규제는 더욱 많아진다. 대기업들이 오히려 볼멘소리를 더 많이 하는 이유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일 자료를 내고 피터팬 증후군을 유발하는 대기업 규제가 39개 법률에서 81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7월말 기준으로 중견기업을 포함한 대기업들이 받는 규제다.
공정거래법 9건(11.2%), 상법 8건(10.0%), 상생협력법·고령자고용법·조세특례제한법·산업안전보건법이 각각 6건(7.5%), 외부감사법 4건(5.0%), 판로지원법 3건(3.8%),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유통산업발전법이 각각 2건(2.6%) 등이다.
통상 '재벌'이라고 부르는 대규모기업집단에게 적용되는 규제는 빼고 계산했다.
현재 자산 총액이 5조원을 넘는 대규모기업집단은 대기업이 받는 규제와 별도로 30개 법률에서 63건의 규제를 더 받는다.
특히 중소기업이 상시 근로자 300명 이상, 자산규모 1000억원을 넘는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순간 바로 적용받는 규제는 10개 법률에서 18건에 이른다는게 전경련의 분석이다.
예컨대 상시 근로자 300명 이상을 고용하면 고령자·장애인·안전관리자에 대한 고용 의무가 발생하고, 직원 정년이 60세로 바뀌며 매년 고용형태를 공시해야 한다. 자산규모가 1000억원이 되면 상근감사 선임, 외부감사에 의한 회계감사, 지배주주 등의 주식소유현황 제출 등의 의무가 발생한다.
나머지 63건 규제는 업종별로 차이가 있지만, 기업 규모가 성장하면서 추가로 적용받게 된다.
전경련은 대기업이 적용받는 81개 규제를 차별규제 58건(71.6%), 진입제한규제 14건(17.3%), 경제력집중규제 9건(11.1%)으로 분류했다.
차별규제는 주로 근로자 수 또는 자산규모를 기준으로 일부 행위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고령자고용법(상시 300명 이상 사용자는 6% 이상을 고령자로 고용하도록 노력), 외국인고용법(상시 300명 이상 사용자는 외국인근로자의 임금 체불에 대비한 보증보험 가입) 등이 있다.
자기자본이 500억원을 초과하는 법인은 법인세와 별도로 미환류소득에 대한 세금을 납부하는 내용의 법인세법과 대기업이 환경보전시설에 투자하는 경우 중소기업(7%)보다 낮은 투자액 공제율(3%)을 적용하는 조세특례제한법 등은 자산규모를 기준으로 한 차별규제다.
진입제한규제에는 판로지원법(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면 기존에 참여하던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에 대한 공공구매 참여 금지), 수산업법(대기업과 계열사는 일부 어업면허 제한) 등이 해당한다.
경제력집중규제는 지주회사의 주식소유와 부채 보유 등의 행위를 제한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이 있다.
이런 가운데 대기업 규제가 도입된 시기는 18대 국회(22건), 19대(17건), 17대(14건), 16대(7건) 등 순으로 파악됐다.
전경련 이철행 기업정책팀장은 "중소기업의 피터팬 증후군을 해소하기 위해 대기업 규제에 대한 전면적인 손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