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투자환경은 어떤 수준일까.
법인설립과 건축인허가 속도에는 높은 점수를 줬다. 세금 부담도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인구성장률이 낮아 시장 규모가 작은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았다. 낮은 정책 투명도 역시 걸림돌로 지목했다.
4일 코트라와 인베스트 코리아가 한국과 전 세계 주요 32개국(선진국 17개국·개발도상국 15개국)의 투자환경을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별로 비교·분석한 '2016 주요국 투자환경 비교조사 보고서'에서다. 인베스트 코리아는 외국 기업의 국내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코트라 내에 설립한 국가투자유치기관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법인을 세우는 데 소요되는 기간은 4일이었다. 이는 조사대상 32개국 중 캐나다·홍콩(1.5일), 싱가포르·호주(2.5일)에 이어 5번째로 빠른 것이다.
건축인허가 소요시간 역시 싱가포르(26일) 다음으로 한국(28일)이 짧았다.
한국의 수출입 소요시간(국경통관시간+서류검토시간+자국 내 이동시간)은 각각 16, 14시간으로 모두 상위권에 들었다. 특히 서류심사시간은 최단인 1시간에 불과했다. '빨리 빨리' 문화가 법인을 세우는 외국인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온 것이다.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 역시 낮은 수준으로 판단했다. 상대적으로 많은 이윤을 자국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업 총이익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3.2%로 선진국 중에서는 캐나다(21.1%), 아일랜드(25.9%), 영국(32.0%)을 빼면 가장 낮았다. 개발도상국과 비교해도 대표적인 신흥시장인 중국(67.8%), 브라질(69.2%)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구매력이 높다는 점도 외국인들에게는 매력적이었다.
한국의 구매력 기준 1인당 GDP는 3만6520달러로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프랑스 3만9874달러나 일본 3만8068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4년간 경제성장률 역시 우수한 편이다. 2012∼2015년 한국의 GDP 실질성장률은 2.36%로, 미국(1.38%), 일본(1.05%). 영국(1.44%) 등 제자리걸음을 한 선진국에 비하면 양호했다.
보고서는 "한국은 전반적으로 좋은 비즈니스 환경을 외국인 투자가에게 제공하고 있다"며 "낮은 실질세율과 빠른 행정처리, 우수한 인프라는 외국 기업이 한국에서 경영활동을 할 때 드는 실질적 비용을 낮춰준다"고 밝혔다.
하지만 단점도 많았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매긴 올해 우리나라의 정책 투명도는 10점 만점에 3.25점에 그쳤다.
선진국 중 한국보다 정책 투명도 점수가 낮은 나라는 이탈리아(3.10점) 한 곳 뿐이었다.
개발도상국과 비교해도 브라질(1.09점), 멕시코(1.92점), 터키(2.29점), 러시아(2.82점)에 이어 하위 5위에 머물렀다.
지적재산권보호 점수는 6.33점으로 개발도상국 중에선 상위권이었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이탈리아(6.03점), 스페인(6.05점), 폴란드(6.17점) 다음으로 낮았다.
보고서는 "정책 투명도와 지적재산권보호는 투자자 및 투자자의 재산 보호와 관련이 있다"며 "이를 보다 향상해 투자가들에게 안전한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 시장의 질과 규모가 선진국 수준이긴 하지만, 개발도상국과 비교하면 인구가 적은 편이고, 인구성장률이 낮다는 점도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했다.
인구가 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물건을 살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외국인의 직접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요소를 ▲ 시장환경(인구수·소득·시장규모) ▲ 경영환경(세율·법인규제·노동생산성) ▲ 투자정책(인센티브·행정) 등 3개 카테고리로 분류해 33개국의 상황을 정량적·정성적으로 평가했다.
각 항목의 평가는 세계은행(WB), 세계경제포럼(WEF),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과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의 지표를 활용해 신뢰도를 높였다.
코트라 관계자는 "최근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다양한 기관에서 국내외 기업소개(IR)행사를 개최하고 있다"며 "외국인 투자유치를 원하는 기관이 투자환경 개선과제를 발굴하는 데 보고서가 도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