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 징후가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한중 교류 협력에 타격이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 5월 중국 노동절을 맞아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쇼핑하는 모습./뉴시스
중국의 경제 보복이 시작된 것일까.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결정에 따른 경제 보복의 징후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거론한 언론 비판은 물론, 한국인에 대한 복수 비자 발급 중단, 콘텐츠 교류 등이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암초에 부닥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계는 이번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우려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4일 정부 당국자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박 대통령을 거론하며 사드 배치 결정을 비판한 것과 관련, "인민일보가 사드 배치는 이 지역의 전략적 균형과 중국의 안보 이익을 해친다는 일방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은 유감"이라면서 "사드 배치에 대한 불합리한 문제 제기를 할 것이 아니라 한국 및 중국을 포함, 국제사회의 뜻을 외면한 채 핵·미사일 개발을 고집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믿는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이 문제가 외교부 소관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지난 3일 "한국의 지도자가 미국의 전략적 의도를 모를 리가 없다"면서 "'서울의 정책 결정자'는 다른 의견은 듣지 않고 고집스럽게 자국의 안위를 사드 체계와 묶어 놓고 주변 대국의 안보 이익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노골적인 보복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국인을 상대로 복수 비자를 발급해오던 대행업체의 자격을 취소하는 등 실질적인 경제 불편을 안겨주고 있는 것. 사업 목적의 비자 요건이 강화된 만큼 일종의 경제 보복이 현실화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상용(비즈니스) 비자는 사업 등의 목적으로 중국을 방문할 때 필요한 서류다. 이 비자를 발급받으면 특정 기간 안에 횟수에 상관없이 중국을 오갈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이 요건을 '권한을 받은 기관의 초청확인서' 등으로 변경했고 중국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에겐 초청장이 있어도 복수 비자 발급을 불가능하게 했다. 중국대사관 비자센터는 이 같은 내용을 지난 2일 오후 중국비자 발급 대행사에 전했다.
업계에선 이처럼 갑작스러운 요건 강화는 사실상 상용 비자 발급을 중단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실제 일부 대행사는 홈페이지에 "3일부터 사드 배치로 인해 중국 상용 복수비자 발급이 안 되고 있다"고 게시해놓기도 했다.
한류 콘텐츠 제제를 비롯해 정부 교류 협력도 벽에 부딪힌 모양새다. KBS 2TV 수목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 주연 배우들의 중국 팬미팅이 돌연 연기된 것.
제작사인 삼화네트웍스는 이날 "드라마의 주인공인 김우빈과 수지가 참석하는 팬미팅이 6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3일 행사 주체인 유쿠(優酷)로부터 연기 통보를 받았다"면서도 "국제적인 여러 문제가 있는 것을 알고 있고 그런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지만 (사드 보복이라고)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유쿠 측은 팬미팅 연기에 대해 "불가항력적 이유"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의 중국 방문이 거절당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지난달 28일 김재홍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이 한류콘텐츠 교류를 위해 장쑤성에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중국 측이 이틀 전 돌연 "베이징에 중요한 회의가 생겼다"며 일정을 취소, 현지에서 방문을 거부당한 것이다.
김 부위원장은 이에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현지에서 한국 고위공직자 접촉을 노출하는 걸 꺼려하는 분위기를 감지했다"며 "현지에서 만난 중국 기업인들은 신규 사업을 시작할 수 없으며, 벌여놓은 사업도 제대로 추진해나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크게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관련 지라시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중국이 한류 콘텐츠 방영 중단을 지시하고 한국 연예인 출연을 금지하는 지침을 내렸다는 것이 골자다. 지라시의 진위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김 부위원장에 대한 중국의 반응, 돌연 취소된 사인회 등이 이 같은 정황을 사실로 부채질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3일 발표한 분석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경제보복이 무역 제재와 같은 명시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한류 콘텐츠 규제와 같이 암묵적으로 보복성 조치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