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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청년이 슬픈나라...'노인·아동'은 되고 '청년'은 안돼



#김세희(27·여)씨는 매일 밤 편의점 시간제 근무로 잠들지 못한다.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 한달 간 근무하면 9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다. 월세 40만원과 교재비, 생활비를 제하면 김씨는 남는게 없다. 결국 집에 손을 벌려야 한다. 일찍 아버지가 돌아가신 김씨에게 취업을 위한 학원도 사치다. 매번 이력서를 작성하지만 토익·토플학원, 각종 자격증 학원을 다니며 취업을 준비 한 이들과의 경쟁에서는 항상 뒤쳐진다. 김씨는 "해외 무역회사에 취직하는 것이 꿈이다. 취업을 위한 알바인데 알바만 하다가 인생이 끝날 것 같다"며 "아프니깐 청춘이 아니다. 정부가 우리의 삶을 자세히 봤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한다.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이 '폭염 한국'을 더욱 달구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청년수당 사업을 두고 연일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시정명령, 직권취소, 법정 소송 등 청년수당을 주려는 서울시와 막으려는 보건복지부의 공방은 연일 계속된다. 급기야 박원순 서울시장이 청년수당을 두고 대통령 면담까지 요청한 상태다.

◆줄어들 기미조차 없는 청년실업

청년 실업은 정말 심각하다.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자리가 없는 청년들은 새로운 직군인 '편의점 알바'를 평생 직업으로 여기는 지경이 되었다. '헬조선' 'N포 세대' 라는 신조어는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청년실업률이 6월 역대 최고치인 10.3%를 기록했다. 전체 실업률의 3배에 이른다. 실제 114만여명의 20대 서울 거주 젊은이 중 장기 미취업인은 50여만명에 달한다.

이에 청년들은 "노인·장애인·아동에 관대한 정부가 유독 청년지원사업에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현재 서울시는 중앙정부의 기초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한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서울형기초보장제도'를 비롯해 노인 돌봄 가족에게 휴가비를 지원, 어린이집 보육도우미의 인건비 지원, 저소득층에 문화비를 지급하는 '문화누리카드' 등을 함께 시행중이다. 안심귀가, 생리대지원, 종합검진 지원 등의 여성을 위한 정책도 있으며 노숙인을 위해 학교를 짓는 등의 사업도 진행됐다.

이렇듯 노인, 아동, 여성, 장애인 등에 대한 복지정책은 모두 차질이 없음에도 유독 '청년'을 대상으로 한 '현금지급' 사업을 두고 복지부와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자리보다 청년들의 삶을 봐야

'졸업 직후 취업 실패로 인한 자신감 상실 → 취업 실패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 경제적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단기 아르바이트 → 불규칙한 삶의 패턴 가속화, 낮은 임금으로 인한 다수의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로 일상생활 붕괴 → 부족한 시간, 무너진 삶의 패턴으로 취업 준비 실패'

서울시가 취업준비에 실패한 청년들의 삶을 본 결과다. 부족한 시간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시작된 악순환이 청년들의 취업실패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는 곧 근로 질 하향과 실업률 감소로 이어진다는 것이 서울시의 주장이다.

"청년 지원자들이 '취업'을 위한 '공부'를 하고자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는 지원자들이 청년수당 사업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지원금 자체보다 지원금을 통해 '시간'을 버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서울시 청년수당 지원자들의 지원 동기를 빅데이터 분석한 결과물이다.

사업비용도 정부의 지원 없이 서울시의 자체예산으로 진행하며 '사회보장기본법'의 범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도·정책'이 아닌 '사업'형태로 진행했다.

청년수당은 최근 정부가 지향하는 '일자리 정책'은 아니지만 일종의 취업을 앞둔 청년들을 돕는 보완정책이다. 실제 서울시는 구 단위의 청년 취업 지원사업과 함께 지난 3년5개월간 복지일자리 6만여개를 창출 하는 등 일자리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김주호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은 8일 "청년수당은 현재 정부가 직면한 취업문제의 궁극적 해결책이라기 보다는 보완정책으로 봐야한다"며 "정부가 청년정책에 대한 발상을 새롭게 하고 주거부담, 교육부담 등의 청년 생활을 세밀히 보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을 반대하기 보다는 다른 지자체로 확대하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실패를 겪은 청년들의 악순환.



◆현금지급이 '해결책' 아니다

"국가정책은 근로의지를 북돋고 구직활동을 통한 취업을 지향한다." 복지부가 청년수당은 반대하는 이유다.

복지부 사회보장조정 관계자는 "(서울시가) 청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현금지급 방식을 채택했다. 근로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현금지급을 할 수는 있지만 청년의 경우는 돈을 지급하기 보다는 다른 정책을 기획해야 한다"며 "같은 미취업자(장애인, 아동 등)라고 해서 돈을 지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근로능력이 있는 청년에게 현금지원을 하는 것이 청년취업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청년수당 때문에) 청년 일자리 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또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과 청년 수당을 비교하며 "국가가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취업성공패키지나 특히 일학습병행제는 평균이 1.7년, 장기훈련은 4년까지 이른다"며 "한 사람에 1년에 1000만원씩 비용이 들어가는데, 청년수당을 받기 위해 이를 취소한다면 진짜 큰 기회의 박탈"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은 같은 날 박근혜 대통령에게 청년수당에 대한 협조를 구하겠다며 면담을 요청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는 청년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방안이든 수용할 준비가 돼있다. 미래세대준비위원회를 만들고 대통령께서 위원장을 맡으시면, 제가 간사라도 맡아 열심히 뛸 마음의 준비도 돼있다"며 "이 문제는 서울시와 복지부가 해결할 수준을 넘어버렸다. 오직 대통령만 풀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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