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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병림 칼럼] - 16화 민중이 국가의 주인임을 명심하자

* 지. 병. 림 : 작가, 카타르항공 객실 사무장, K-MOVE 중동 해외취업 멘토, :「아랍항공사 승무원 되기」,「서른 살 승무원」,「매혹의 카타르」저자



'라마단'이 한창이던 지난 6월, 집안으로 무거운 짐을 나를 일이 있어 사람을 썼다. 구슬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소매를 걷어붙인 이들이 고마워 집안에 짐을 내리자마자 냉수부터 권했다. 지하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지나는 내내 헉헉거리기에 바닥이 하늘로 치솟도록 들이켤 줄 알았는데 손사래까지 치며 끝끝내 사양했다. 하여 가만히 연유를 물었더니 라마단 기간 중이라 마실 수 없다는 것이다. 아차 싶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어느 새 '라마단'이 도래한 것을 깜빡한 것이었다. 경건한 마음으로 단식하는 사람들에게 본의 아니게 죄를 입힌 것만 같아 얼굴이 몹시도 화끈거렸다. 8년 전쯤 무슬림 동료와 한 집에 살 때도 입술이 말라비틀어지도록 종일 굶으며 단식하던 모습을 숱하게 봤다. '라마단'은 해가 진 연후 넉넉하게 음식을 만들어 내게 권하던 그녀와의 사이에 벽을 눕혀 다리를 놓을 수 있었던 복된 기간이었다.

이슬람력의 9번째 달인 '라마단'은 이슬람어로 '가장 뜨겁다'란 뜻이다. 평균 낮 기온이 무려 50도에 육박하니 그야말로 거리로 나서면 숨이 턱턱 막힌다. 무려 한 달에 달하는 라마단 기간 동안 해가 질 때 까지 물 한 모금, 빵 한 조각 입에 대지 않는 일을 사람들은 매우 경건한 자세로 지켜낸다. 왕족, 귀족, 민중 할 것 없이 자발적으로 단식을 해마다 평생에 걸쳐 실천한다. 이로써 지위고하, 집단이익, 당리당략에 상관없이 인간이라는 바닥이 서로 동일함을 확인한다. 해가 지면 한자리에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며 온 민중이 대통합을 이루는 것이다.

비행을 할 때도 동료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이 바로 '소통'이고, '통합'이다. 세계 각국에서 선발된 다국적 승무원들이라 문화, 종교, 사고방식, 출신국가의 국력까지 제각각 다를 테지만 오로지 '한 팀'이란 공동체 의식으로 서로 간의 연결고리를 찾는다. 다국적 기업문화 안에서 지구촌은 하나라는 진리를 매일 터득하며 세계화로 진화하는 것이다. '라마단'에 기원한 대통합 정신은 필자가 적을 두고 있는 '카타르항공'을 세계적인 항공사로 성장시킴은 물론이고, 강력한 카타르 왕권이 온 국민의 지지아래 형성될 수 있도록 기둥을 세웠다. 우리가 과거 전쟁의 폐허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듯 '통합'의 힘 하나면 뭐든지 가능하다. 어려울 때 일수록 믿음과 따뜻한 격려로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초심을 '라마단'이면 늘 상기하곤 한다.

그런데 라마단이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민중은 개돼지'란 누군가의 못난 외침이 한국에서 들려왔다. 취중에 영화대사를 읊었을 뿐이란 변명과 해명에도 불구하고 타지에서 민중의 일인으로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전 세계를 유랑하면서도 한국인이라는 긍지로 버텨온 세월이 개·돼지의 노고라고 생각하자 잠깐이나마 헛웃음과 함께 격한 슬픔이 몰려왔다. 술을 멀리함으로써 실언을 예방하고, 자발적 단식으로 가난한 민중의 고충을 헤아리란 코란의 가르침이 이토록 커다란 위안이 되어준 해는 없었다. 권력은 변한다. 변하는 것에 연연할 만큼 어리석은 민중은 없다. 헌법대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민중이 바로 국가의 주인임을 명심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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