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 인왕실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당 대표등 신임 지도부와 오찬을 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시스
새누리당 이정현 신임 대표가 청와대 오찬을 시작으로 '당·청 공조' 데뷔전에 나섰다. 이날 오찬은 향후 국정운영을 위한 당청 간의 화합과 협력을 도모하는 자리지만 이날 분위기가 앞으로 당청 관계의 가늠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이목이 쏠린 상황이다.
특히 현 정부 초대 청와대 홍보수석 비서관을 역임한 이 대표가 '도로 친박당'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떨치고 수평적 당청 관계 재정립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이 같은 관점에서 11일 박 대통령과 '이정현 지도부' 간 첫 회동은 현 정부의 남은 임기인 1년 6개월을 내다볼 수 있는 예고편인 셈이다. 이날 회동에는 이 대표를 비롯해 조원진·이장우·강석호·최연혜·유창수 최고위원, 정진석 원내대표, 김광림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과 안종범 정책조정·김재원 정무·김성우 홍보수석 등이 배석했다.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 간 오찬 회동은 8개월 만이자 4·13 총선 참패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회동은 여소야대로 재편된 20대 국회에서 당청간 소통과 화합을 도모하기위한 취지로 청와대가 먼저 제안하면서 마련됐다.
이 날 오찬은 '당·청 신(新) 밀월관계'를 암시하듯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고 웃음꽃이 만발했다. 당초 오후 12시부터 1시간 30분가량 진행될 예정이었던 회동은 20분이 더 지난 1시 50분이 돼서야 끝이 났다.
이날 박 대통령은 '당정청 일체'를 특히 강조했다. 모두발언에서 박 대통령은 "우리 당부터 화합하고 당·정·청이 하나가 돼서 해나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새누리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에 "당·정·청이 완전히 하나, 일체가 되고 동지가 돼서 국민에게 약속한 것들을 제대로 실천하고, 특히 집권 세력의 일원으로 책무를 다하겠다"며 "여당과 야당을 굳이 구별한 것은 여당의 역할과 야당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새 지도부를 중심으로 저희 여당은 우리 대통령이 이끄시는 이 정부가 꼭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사실상 '신 밀월' 시대를 예고했다.
오찬 직후 박 대통령과 이 대표는 별도로 독대를 가졌다.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국정 현안 전반에 대해 허심탄회한 논의가 오갔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 대표 선출 직후 당청 관련 질문을 받고 "지적할 것은 지적하겠다"고 공언했던 이 대표는 이날 각종 현안에 대한 건의도 잊지 않았다. 개각과 관련해선 "탕평인사, 균형인사,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반영됐으면 좋겠다"고 밝혔고, 최근 폭염이 되고 있는 가정용 전기 누진제와 관련해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여러 가지 말씀하신 것에 대해 참고를 잘하겠다"고 답했다.
12일 확정·발표가 예정된 8·15 광복절 특별사면과 관련해서도 이 대표는 "민생·경제사범들은 많이 반성을 하고 있고 벌을 받았으니 다시 한 번 뛸 수 있도록 베풀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면서 경제인 사면 검토를 당부했다.
이정현 대표가 11일 낮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의 새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시스
아울러 당 운영과 관련, 이 대표는 "요즘 컴퓨터 시대에서 스마트폰 시대로 바뀌는데 컴퓨터가 수직적 체계라면 스마트폰은 수평 체계라고 한다"며 "새누리당은 앞으로 당 운영을 함에 있어서 수평적인 질서를 많이 할 생각이고, 미래지향적이고 스마트 정책으로 행보를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향후 당청 관계에도 미래지향적인 수평 질서를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어 이 대표가 관계 재정립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