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밥캣이 증시 문턱을 넘기 위한 최종 관문을 통과했다. 이르면 10월 중 상장이 가능할 전망이다.
특히 박용만 회장 뒤를 이어 지난 3월 사령탑에 오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2·4분기에 보여준 경영능력과 함께 두산밥캣의 상장까지 성사 시킨 만큼 자기의 색깔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밥캣IPO, 두산 재무구조 개선 마지막 퍼즐 맞추기
16일 한국거래소는 최근 두산밥캣의 상장예비심사 결과 상장을 승인했다.
두산밥캣은 외국기업 지배지주회사(SPC) 최초로 상장예비심사 기간을 65영업일에서 30영업일로 줄여주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적용받은 덕분에 빠른 상장 결정이 가능했다. 지난달 4일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 지 30거래일 만에 허가를 받은 것이다.
상장은 오는 10월 경에 될 곳으로 보인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두산밥켓의 IPO는 3분기 중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산밥캣의 공모 예상 규모는 1조원대다.
20개국 31개 종속회사를 지배하는 두산밥캣은 2014년 4월 두산인프라코어에서 물적 분할을 통해 설립됐다.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소형 건설장비 부문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 외 1인이 두산밥캣 지분 78.4%를 보유하고 있다. 두산밥캣은 작년 연결 기준 매출 4조407억원에 당기순이익 1481억원을 올렸다.
BNK투자증권 윤관철 연구원은 "두산밥캣의 상장평가가치는 4조원대 내외가 될 것"이라며 "이를 기준으로 유동성 1조원 규모가 두산인프라코어로 유입되고 본사 차입금 상환에 투입된다면 두산인프라코어의 부채비율은 연결기준 165%, 별도기준 84%까지 개선이 가능할 전망이다"고 말했다.
시장 평가도 좋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국내 상장을 앞둔 두산밥캣에 기업신용등급 B1을 부여했다. 등급 전망은 '안정적(stable)'이다. 무디스는 "북미 소형농기계와 건설장비 시장에서 지배적인 시장지위와 향후 1~2년간 예상되는 양호한 잉여현금흐름 창출능력을 반영해 신용등급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두산그룹측은 두산밥캣의 IPO가 성공리에 마무리 된다면 차입금 규모를 현재 11조원에서 8조원 수준까지 낮출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박정원의 두산그룹 어떤 색 낼까
박 회장의 제 색깔 내기에도 관심이 쏠린다. 두산밥캣의 상장은 두산그룹이 진행해 온 일련의 자구안의 마무리 작업이다.
시장과 재계는 박 회장이 미완의 그룹 정상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
구조조정은 어느정도 진척돼 가고 있다.
두산은 지난해 6월 건설·광산장비를 생산하는 두산인프라코어 프랑스 자회사 몽따베르를 미국계 기업에 1350억원에 파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자산 매각에 나섰다. 주력 시장이 중국경기가 흔들리자 구조조정에 나선 것. 방위산업 부문(두산DST), 한국항공우주(KAI) 지분, 두산인프라코오 공작기계사업부, 배열회수보일러(HRSG) 사업 등을 잇따라 팔아치웠다. 자구 노력으로 두산이 2년간 확보한 자금은 3조2500억원을 넘는다.
지배구조도 두산이 두산중공업을 지배하고, 두산중공업이 두산인프라코어를, 이어 두산밥캣으로 순환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문제는 경영성과다.
박 회장이 취임한 후 두산그룹 지주사인 (주)두산은 2·4분기에 연결 재무제표 기준 전년 대비 63.9% 불어난 3063억원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4분기만에 분기 영업이익 3000억원대를 회복한 것이다. 당기순이익은 1812억원으로 762.8%나 늘었다. 전 계열사가 흑자를 냈다.
시장의 관심은 박 회장이 이 같은 성과를 지속적으로 낼 수 있는가이다.
당장 지난 5월 문을 연 시내 면세점을 빨리 안착시키는 게 과제다. 서울 동대문에 자리 잡은 두타면세점은 아직 제품 구색이 완벽하지는 않다는 지적이 많다.
신규 사업인 연료전지 사업(7월 미국 원에너지시스템스 인수)을 어떻게 먹을거리로 안착시킬 수 있을지도 과제다.
박 회장은 지난 3월 취임사를 통해 "세계 경영환경이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도전하는 자에게 기회가 열린다"면서 그룹 재무구조 개선 마무리, 신규사업 조기 정착 및 미래 성장동력 발굴, 현장 중시 기업문화 구축에 중점을 두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