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관료 출신을 등용한 최소 개각을 통해 하반기 국정 동력 확보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당초 4~6개 부처 개각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소폭 개각을 단행함으로써 안정적인 국정 운영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안정적으로 국정운영 기조를 유지한다는데 방점을 두고 꼭 필요한 자리만 소폭 교체를 했다"며 "지금 문체부, 농식품부, 환경부가 국정운영에서 굉장히 중요한 상황이어서 보다 전문성이 있고 리더십이 있는 장관을 내정해 정책 추진을 강하게 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b]◆청문회 고려…관료·전문가 출신 낙점[/b]
이번 개각의 가장 큰 특징은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관료 혹은 관련 분야 전문가로 채워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단행된 직전 개각에서 유일호, 강은희 당시 의원이 각각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발탁된 것과 비교하면 성격이 다르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내정자와 조경규 환경부장관 내정자는 30년 이상 관료조직에 몸담으면서 해당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다. 4명의 차관급 인사 역시 정무적 판단보다 능력 위주 발탁에 의미를 뒀다.
내달부터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점을 감안해 행정부 혼란은 최소화하면서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가급적 빨리 통과할 수 있는 관료 출신 인사를 선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각종 비리의혹을 받고 있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검증을 거친 개각이라는 점에서 무난하게 통과될 인사를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역시 "박근혜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국정과제를 반드시 완수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인사청문회 통과 가능성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문체부의 경우 조 내정자를 통해 콘텐츠·관광·스포츠 등 문화산업 전반에 동력을 불어넣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조 내정자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박 대통령을 '그림자 수행'하고 집권 후에는 여성가족부 장관과 청와대 정무수석을 역임해 국정 철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김성우 홍보수석도 개각 브리핑에서 "조 내정자는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정부와 국회에서의 폭넓은 경험과 국정 안목을 토대로 문화융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한번도 바뀌지 않은 농식품부와 환경부는 해당 부처의 공직기강을 다잡는다는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환경부의 경우 미세먼지와 가습기 살균제 대응 과정에 대한 질타를 받았다는 점에서 문책성이라는 견해도 있다.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 내정자와 조경규 환경부 장관 내정자는 각각 행정고시 출신으로 관료 경험이 풍부하다. 안정적인 정책 집행과 차질 없는 국정 운영이 발탁 배경으로 꼽히는 이유다.
[b]◆탕평·균형 인사 '절반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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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급 인사도 청와대 출신과 관료들로 채워졌다. 정만기 청와대 산업통상자원비서관과 정황근 청와대 농축산식품비서관이 각각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과 농촌진흥청장으로 임명됐다. 여기에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는 청와대 출신 관료를 일선 현장에 배치했다는 의미가 크다.
자칫 레임덕에 접어들 수 있는 임기 말 공직사회를 독려해 4대 구조개혁과 경제활성화, 창조경제와 문화융성 등의 국정과제를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개각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건의로 기대를 모았던 탕평인사와 균형인사는 절반에 그쳤다는 평가다. 국무조정실 2차장으로 새로 임명된 노형욱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이 이날 개각에서 유일하게 기용된 호남(전북 순창) 출신이다.
다만 충청과 강원 출신 인사가 4명에 달해 균형인사는 일정부분 목적을 거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만기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강원 춘천이 고향이며 박경호 국민권익위 신임 부위원장과 정황근 신임 농촌진흥청장은 각각 충북과 충남 출신이다. 영남 출신은 김 농식품부 장관 내정자이며 조 장관 내정자는 서울 출신이다.
한편 이날 개각에 대해 여야는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새누리당은 성명을 통해 "안정적인 국정 운영과 집권 후반기 국정 목표의 성공적인 달성을 위한 박근혜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적재적소의 인사"라고 평가했다. 반면 야당은 "레임덕 방지를 위한 청와대만을 위한 개각"이라며 불통 개각이라고 평가절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