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이 폐쇄된 지 6개월이 넘어선 가운데 123개 입주기업과 5500여개 협력업체들이 정부에 실질적인 피해보상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18일 국회 정문앞에서 기업 관계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개성공단피해대책위원회
"요즘엔 회사에 출근하는 것이 제일 두렵습니다. 출근하면 제일 먼저 듣는 소리가 '사장님 월급 언제줘요'입니다. 우리가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했는데 천재지변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이 날아가 눈물로 추석을 보내게 됐습니다."(경부실업 김남태 사장)
"우리 같은 영세기업들은 가뜩이나 작년 매출의 25%가 줄어든 현재 경영상황이 극도로 악화돼 수 개월째 10명의 종업원 급여도 못주고 연쇄도산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동우포장 이영우 사장)
개성공단 기계소리가 멈춘지 6개월이 훌쩍 넘어가면서 한계에 도달하고 있는 기업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몇몇 기업들은 이미 문을 닫은 것으로 전해졌다.
개성공단을 임의적으로 폐쇄한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극에 달하고 있다.
18일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이들 기업에 각종 원부자재를 납품하는 협력업체들이 다시 길거리로 나섰다.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정부와 국회, 언론, 국민에게 호소하기 위해서다.
정부가 올해 경기 부양을 위해 편성한 추가경정예산 약 11조원 가운데 700억원 정도를 개성공단 협력업체를 위한 지원금으로 배정해 달라는 것이 골자다. 아울러 내년 예산을 짜면서 적어도 입주기업들에게 덜 준 2700억원을 보전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정부 예산은 400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정부가 독단적으로 폐쇄조치를 내렸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기업들에게 돌아가고 있으니 정부 예산에서 보전해달라는 게 피해기업들의 요구다.
개성공단이 폐쇄된 지 6개월이 넘어선 가운데 123개 입주기업과 5500여개 협력업체들이 정부에 실질적인 피해보상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18일 시위하는 기업 관계자들 뒤로 국회가 보인다. /개성공단피해대책위원회
개성공단에는 폐쇄 직전까지 123개 입주기업이 공장을 가동하고 있었다. 이들 기업에 납품하는 협력업체만도 5500곳에 달했다. 개성공단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생계를 이어갔던 우리측 근로자들만 10만 명이 훌쩍 넘는다.
개성공단피해대책위원회(대책위)는 이날 국회 정론관과 국회 정문 앞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미흡한 조치로 입주기업과 협력업체들의 경영상황은 극도로 악화되고 법적 소송 등 분쟁까지 이어져 민생현장이 매우 혼란스럽다"면서 "특히 협력업체들에게 돌아가야 할 유동자산 피해지원금은 다시 영세 소상공인들의 원부자재 대금, 임금 등으로 쓰일 생계형 자금인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전액 보전을 하지 않고 있어 강력하게 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5500여개 협력업체들이 신고한 피해금액은 2317억원이다. 이 가운데 정부가 관세청 자료 등을 통해 실제 확인한 피해금액은 1917억원이다. 그리고 정부는 이 가운데 1214억원에 대해 9월 말부터 10월 말 사이에 보상키로 했다. 문제는 정부가 확인한 피해금액이 업체들이 신고한 피해금액보다 400억원이 적은데다 정부가 최종 확인한 액수의 63% 정도만을 보상하겠다고 나선 점이다. 신고한 금액은 그렇다치더라도 확인된 금액보다 703억원이 덜 지급되는 셈이다.
대책위 성현상 위원장은 "정부는 협력업체들의 유동자산 피해금액에 대해 평균 70%, 최고 22억원 한도에서만 보상키로 결정했다. 피해금액이 (정부에 의해)100억원으로 확인됐다고 하더라도 기업은 최대 22억원밖에 보상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면서 "결국 전체적으로 703억원이 덜 지급될 경우 수 많은 협력업체들이 연쇄도산하고 근로자들이 직장을 잃게되는 등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될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입주기업 123곳에 돌아갈 보상금액도 성이 차질 않기는 마찬가지다.
입주기업이 신고한 피해금액은 고정자산(토지, 건물 등), 유동자산(원부자재) 등을 포함해 총 9446억원. 이 가운데 정부로부터 용역을 받아 삼일회계법인이 실제 파악한 피해금액은 7779억원이다. 이 가운데 정부는 5079억원만을 보상키로 했다. 특히 폐쇄로 인한 계약위약금, 미수금 등 774억원(정부 확인)에 대한 보상금은 전무하다.
삼덕통상 문창섭 회장은 "정부가 자체적으로 확인한 금액보다 실제 보상을 해주겠다는 돈이 2700억원이나 적다. 특히 보상한도가 정해져있다보니 개성공단에 대규모 투자를 했던 기업들의 보상율은 터무니없이 낮을 수 밖에 없어 어려움이 크다. 또 경협보험에 가입한 기업이 오히려 가입하지 않은 기업보다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통일부는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개성공단 기업들에 대해 경협보험금을 포함해 현재까지 총 3525억원이 지급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