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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여행/레져

[住섬住섬 好時땅땅]<1>가기도 벅찬 '가거도'

목포서 쾌속선으로 4시간, 대한민국 최서남단

[住섬住섬 好時땅땅] '가슴 떨릴 때 떠나라. 다리 떨릴 때 떠나면 늦는다.'

여행을 늘 갈망하고 있지만 막상 떠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住섬住섬 好時땅땅'은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밟으면서 전하는 이야기다. 그곳에는 섬, 산, 길, 마을과 각종 주정부리가 있다. 우리의 고향이 거기에 있다. 때로는 카메라 하나 달랑 둘러메고, 어떤 때는 20㎏이 족히 넘는 배당에 텐트, 코펠 등을 바리바리 싸서, 그리고 이따금씩은 자동차로 떠나는 그 이야기를 소소하게 시작할까 한다.

가거도 위치. /구글 지도 캡쳐



가기도 벅찬 '가거도'

멀기도 멀다. 목포에서 배를 타고 꼬박 4시간을 가야 만날 수 있는 섬. 얼마나 마음씨도 고운지 흑산도, 상태도, 하태도 등을 두루 거치며 주민, 관광객을 다 내려준 뒤 마지막으로 닿는 섬이 가거도다.

대한민국 최서남단. 주소로는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리'다. 일제시대땐 소흑산도로 불리기도 했다.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8시10분에 출발하는 쾌속선은 흑산(10시10분), 상태(10시50분), 하태(11시)를 거친 후 12시10분이 돼야 가거도항에 도착한다. 서울에서 출발하려면 전날 목포에 도착해 하루를 묵어야 한다. 저렴한 방법도 있다. 매일 밤 11시10분 용산역에서 떠나는 무궁화를 타고 4시10분 목포에 도착, 아침식사를 하고 배를 타는 방법이다.

단, 배가 고프다고 많이 먹다간 낭패를 당할 수 있다. 4시간 동안 먼바다를 달려야 해 자칫 내용물을 수 차례 확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삼시세끼-어촌편'의 배경이 된 만재도 전경./김승호



차승원과 유해진, 손호준 등이 출연하는 '삼시세끼-어촌편'으로 유명해진 만재도는 목포에서 직선거리론 가거도보다는 가깝지만 가거도를 거쳐 1시간10분을 다시 거슬러가야 한다. 방송 촬영을 위해 먼거리를 오고 갔을 배우들과 스탭들의 고충이 이해가 간다.

쾌속선은 가거도에서 한 숨을 돌린 뒤 만재도를 거쳐 다시 하태도→상태도→흑산도→목포로 돌아온다. 길고 긴 여정이다.

한편 목포에서 흑산도로 가는 배편은 하루 총 4회다. 이 중 2회는 흑산도를 거쳐 홍도로, 1회는 가거도를 각각 오간다.

만재도에는 큰 배가 들어갈 수 없어 쾌속선이 도착하면 어선이 마중을 나와 주민들과 짐을 싣고 만재도로 돌아간다. /김승호



다시 가거도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신안군에 따르면 가거도에는 2016년 8월 현재 341가구, 403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한 때는 1500명이 넘는 주민들로 북적였던 가거도다.

가거도는 한자로 '可居島'로 쓴다. '가히 살만한 섬'이란 의미다. 가거도항에 내리면 2011년 9월 당시 김황식 국무총리가 쓴 '살만한 가거도를 편안한 가거도로 만들기 위하여 다함께 노력합시다'란 표지석이 사람들을 맞는다.

왜 살만한 섬이었을까.

가거도에는 어족 자원이 풍부했다. 갯바위낚시로는 전국에서 5대 지역으로 꼽힌다. 크로시아 난류와 난대성 한류가 교차하고 있어 섬의 동서남북이 모두 낚시 포인트다. 농어, 감성돔, 참돔, 줄돔, 흑돔, 우럭, 불볼락, 돗돔 등 이름깨나 알려진 놈들이 가거도에서 잘 잡히는 생선들이다.

1950년에 가거도에서 태어난 고씨 할아버지. 성인이 된 후부터 줄곧 뭍에서 살다가 10년만에 가거도에 있는 친척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김승호



하지만 풍부한 어족자원도 서서히 옛말이 돼가고 있다.

"낚시꾼들이 고기 밑밥을 하도 뿌려놔서 주변 바다 곳곳이 오염됐어. 어렸을 때는 잡은 고기를 셀 때 '1000마리'를 한 단위로 셀 만큼 많이 잡았지.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

가거도로 향하는 배에서 만난 고씨 할아버지가 언성을 높이며 한 말이다. 1950년 생으로 가거도에서 태어난 고씨는 6·25전쟁이 난지도 모르고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그만큼 가거도는 오지였다.

"그때는 목선을 타고 목포로 가는데 보름이 걸렸어. 가도 가도 끝이 없었지. 요즘엔 쾌속선으로 서너시간이면 갈 수 있으니 좋은 세상이야."

오로지 조류의 방향에 목선을 맡기고, 해와 달을 나침반 삼아 육지를 오갔던 당시의 곤궁함이 어땠을지 상상이 가질 않는다. 수 십 년전에는 고기가 그렇게 많이 잡혀서 먹고 살만했다고 해도 가거도를 뒤로하고 육지로 나가 살려는 사람들도 많았을 터다. 성년 이후부터 줄곧 육지에 살다가 잠시 짬을 내 10년 만에 가거도를 찾아간다는 고씨 할아버지도 그 중 하나다. 하긴 가거도는 한 때 분교를 포함해 초등학교 3곳, 중학교 1곳이 있던 제법 큰 섬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분교는 모두 폐교가 됐고, 초·중학교가 합쳐져 30여 명의 학생들만이 학교를 다니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도 고등학생이 되면 목포로, 광주로 나가는 것 밖에 달리 길이 없을 터다.

가거도행 쾌속선에서 내리면 방파제에 그려진 그림이 가장 먼저 여행객을 맞는다./김승호



가거도엔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중국 산둥반도에서 닭이 울면 가거도에서 들린다는 말이 대표적이다. 과장이긴 하지만 그만큼 중국과 가까고, 한국과는 멀리 떨어져 있다는 얘기다. 위치를 살펴보니 위도는 북위 34°04′, 경도는 동경 125°07′이다. 실제로 가거도보다 서쪽에 있는 우리나라 땅은 없다.

또 재미있는 것은 가거도의 북서쪽에 바로 마주보고 있는 섬의 이름이 '구글도'다. 의미심장한 이름이다. 가거도등대 바로 앞에 있는 이 섬은 공개제한지역으로 천연기념물 제341호로 지정돼 있다. 분명 IT 회사 '구글'이 회사 이름을 짓기에 앞서 '구글도'라는 이름이 먼저 생겼을 것이다.

흑산면가거도출장소 앞에 '대한민국최서남단'이란 표지석이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서울 서라벌예고를 다니다 1960년 4·19 혁명 당일 시위에 나섰다 총탄에 맞아 순국한 가거도 출신의 김부련 열사 흉상이 있다./김승호



→'가기도 벅찬 가거도' 두번째 이야기는 다음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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