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자회사 평균 이익기여도 자료=각사.메리츠종금증권2016년 상반기 기준
국내에 금융지주회사가 등장한 것은 지난 2001년이다. 금융 전업주의를 고수하던 미국(1999년)과 일본(1998년)이 은행과 보험, 증권 등의 업무가 모두 가능한 겸업화와 대형화를 위해 금융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한 직후다. 우리금융이 금융지주의 시초다. 벌써 15년이 다 돼 간다.
대부분 지주사 전환 후 증권·카드·보험사 등을 인수·합병(M&A)하며 몸집을 불렸다.
하나금융·NH농협·KB·신한금융지주 등 4대 은행지주의 총 자산만 1400조원에 달하다.
그렇다면 첫 지주사 등장 후 지난 15년간 지주사들의 경쟁력은 기대만큼 높아졌을까. 은행과 비은행 간의 협업 업무가 많아지면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가 나오긴 했다. 은행에서 증권 업무를 보는 복합점포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은행이 이들 지주사를 먹여 살리고 있었다.
◆은행지주, 비은행부문 이익 21.5%
21일 금융감독원과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신한·KB·하나·BNK·DGB·JB금융 등 6개 은행지주의 비은행부문 자회사 이익 기여도는 21.5%로 나타났다.
세부적인 내역을 살펴보면 적지 않은 온도차가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비은행 자회사의 이익 기여도가 34%로 가장 높았다.
이어 KB금융지주 29%, JB금융지주 28%, 하나금융지주 14%, BNK금융지주 13%, DGB금융지주 11%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상당기간 비은행 부문이 금융지주의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그룹들이 비은행 계열사 확보에 힘쓰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지난달 KB손해보험의 인수를 마무리한 데 이어 현대증권까지 사들인 KB금융이 대표적이다. KB금융은 현대증권 인수로 비은행 부문 수익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당장 비은행 비중을 늘리는 것이 쉽지 않아 일찌감치 은행에 대한 의존도를 낮춘 신한금융의 '독주'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른 지주사들의 비은행계열사 순이익 비중이 20%대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신한금융은 최고 40%를 넘나 들고 있다.
금융 경쟁력도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덩치를 키우고 있다고 해도 세계 금융시장에서는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하다. 세계 은행 업계에서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은행, 농협, 기업은행 등 6곳이 100대 은행에 포함됐다. 그러나 50위권 안에 드는 곳은 하나도 없다. 글로벌화도 미미하다. 지난해 영업이익 중 해외 순이익 비중은 19.3%에 불과하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정희수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들은 글로벌 은행과 비교해 기본자본(Tier 1) 비율, 수익성 등에서 열악했으나 건전성 지표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라며 "향후 은행산업의 경쟁력은 자본 확충과 리스크 관리에 있으며 선제적으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금융지주, 체질변화·영토확장 진행형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주사의 역할을 ▲그룹 전체 전략 수립 ▲계열사 시너지를 통한 더 나은 서비스 제공 ▲통합적 리스크 관리 등 3가지라고 지적하며 금융지주사 무용론을 해소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규제가 있다면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금융지주의 체질 변화와 영토 확장은 현재 진행형이다.
신한금융지주는 금융지주사 무용론이 제기될 때도 뛰어난 성과를 바탕으로 오히려 금융지주 체제의 모범사례로 거론됐다. 신한은행·신한카드·신한생명으로 이어지는 자회사 포트폴리오는 은행 의존도가 높은 타 금융지주와 확실한 차별 사례로 손꼽힌다.
또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조직해 이사회가 CEO 승계 과정 전반을 상시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한동우 회장의 지난해 창립 기념사를 보면 신한금융이 그리는 미래를 엿볼 수 있다. 그는 "그룹사가 가진 역량을 결집해서 고객에게 '하나의 회사'로 다가가야 한다. 은행과 증권 간 협업 모델의 표준을 만들고 종합금융서비스 대상 고객을 확대해 창조금융플라자와 PWM라운지를 출범시켰다"면서도 "단순히 협업을 위한 틀을 마련한 것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그룹 전체가 하나의 회사처럼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2014년 11월 취임한 이후 "대형 증권사를 인수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특히 윤 회장은 취임 후 증권 부문을 강화해 유니버설 뱅킹 라인업을 갖추고 KB금융을 한국판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로 키우겠다는 야심 찬 행보를 지속해 왔다. 비은행 부문이 그룹 전체 당기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40% 수준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통합'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통합 이후 자산관리와 외환업무 등 기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가진 장점을 고스란히 흡수해 해당 부문에서 다른 은행들을 선도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신뢰받고 앞서가는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도약한다는 비전 아래 ▲이익 기준 국내 1위 은행 ▲글로벌 비중 40% ▲비은행 비중 30% ▲브랜드 신뢰도 제고 등의 전략 목표를 추진해 나가고 있다.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국내 최대의 협동조합 조직인 농협중앙회 계열이라는 특장점을 살리는 방안을 찾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그가 이와 관련해 중점 검토하는 것은 모회사(농협중앙회)와의 협업 강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