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경기침체 등 불확실한 환경이 지속되면서 투자 기관의 펀드 투자 입맛도 바뀌고 있다. 주로 국내 채권형과 일부 국내주식형으로 채워지던 포트폴리오에 올 들어 해외펀드의 비중이 부쩍 늘었다.
21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기관의 자금 유입이 많았던 펀드 유형은 해외채권형이 꼽힌다.
올 들어 지난 18일까지 해외채권형 펀드에는 9684억원의 돈이 순유입됐다. 덕분에 순자산도 6조2003억원까지 불었다. 국내 채권형에도 6조1561억원이 유입됐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펀드에서는 2227억원이 빠져나갔다.
자금 유입 면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연초 이후 해외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은 6.43%를 기록해 국내채권형(2.48%)을 앞질렀다. 국내주식형은 1.41%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해외주식형 수익률(-1.44%)을 비교하면 주목할 만한 성적이다.
해외채권형 펀드에서도 글로벌 채권과 신흥국채권형 펀드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해외채권형 펀드도 점점 다변화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상품에 따라 크게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채권을 비롯해 신흥시장(이머징마켓)채권, 고위험 채권 등으로 다양하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채권형펀드로 올 들어 기관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며 "국내채권 수익률보다 1~2%포인트 높은 수익이 기대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성과를 추구하는 기관 입장에서는 해외채권형펀드가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기관투자가들의 무대였던 채권형 펀드에 대한 개인들의 관심도 부쩍 커졌다. 은행 예금 금리가 연 1%대로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원금 손실 위험이 작고 초과 수익을 낼 수 있는 채권형 펀드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무턱대고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채권형 펀드는 금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비례 관계로 금리가 하락할수록 채권 가격이 상승하고 채권형 펀드에서 수익이 발생한다. 최근 채권형 펀드로 투자자들이 발길을 돌리는 것도 미국와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경기 불확실성 때문에 저금리 기조가 상당 기간 유지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급격한 금리 인상은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이 만지작 하고 있는 금리인상 카드는 또 다른 변수다.
해당국의 환율변동도 위험요소다. 해외채권형 펀드의 경우 환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환율변화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채권수익이 10%라도 환율이 10% 떨어지면 도루묵이 되는 셈이다.
또 해외 채권형 펀드 중 하이일드(고수익)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는 기대 수익률이 높은 만큼 위험성도 크다는 점도 살펴야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아시아 중남미 신흥국 중 일부는 정치·경제적 불안 요소가 있는 만큼 옥석을 가려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