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올림픽이 열리는 브라질 현지에 캐논이 부스를 마련해 카메라 바디 950대와 렌즈 1500개, 전문 인력 100명을 지원하고 있다. 올림픽은 월드컵과 함께 카메라 업계의 중요 행사로 자리잡았다. /캐논
리우 올림픽이 22일 막을 내리는 가운데 올림픽 특수를 잡기 위해 경쟁에 뛰어든 카메라 업체들의 희비가 눈에 띈다.
21일 카메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카메라 업계가 플래그십 모델을 쏟아내며 펼친 경쟁에서 캐논이 승리를 거뒀다.
올림픽은 월드컵과 함께 카메라 업계가 가장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시즌이다.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될 뿐 아니라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려는 사진기자, 사진작가 등의 고성능 제품 수요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카메라 업계가 올림픽이 있는 해 CP플러스, P&I 등 카메라 전시회에 최신 플래그십 기종을 선보이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올해 캐논은 최상위 모델인 'EOS-1' 시리즈 최신작 'EOS-1DX Mark 2'를 선보였다. 니콘 역시 최상급 DSLR 'D5'를 공개해 전문가 층 공략에 나선 바 있다. 소니는 신형 플래그십을 출시하진 않았지만 고급형 풀프레임 카메라 '알파7' 시리즈 마케팅을 강화했다. 이 외에도 업계는 캐논 '80D', 니콘 'D500', 소니 'A6300', 올림푸스 '펜-F', 후지필름 'X-프로2' 등 하이엔드 모델부터 중급 모델까지 다양한 제품을 출시했다.
◆준비된 자가 기회를 잡는다
리우 올림픽 현장에 1500개의 렌즈, 950개의 바디를 갖춘 부스를 열고 마케팅과 촬영 지원에 나선 캐논은 올해 상반기 국내 시장에서 50%대 점유율을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캐논의 상반기 시장 점유율은 54.4%에 달한다. DSLR 카메라 시장에서 70%대 독보적인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는 한편 미러리스 시장 점유율도 끌어올린 것이 주효했다.
DSLR 이용자들은 렌즈 호환성과 브랜드 고유의 색감 등을 중시하여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캐논은 EOS-1DX 마크3와 EOS 80D 외에도 EOS 5Ds, EOS 750D, EOS 100D 등 다양한 카메라 라인업을 구축했다. 렌즈 역시 제조사 가운데 가장 많은 90개 이상의 제품군을 갖춰 13년 연속 세계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미러리스 시장에서도 지난해 4월과 10월 각각 M3과 M10을 선보이며 그간의 부진을 씻어냈다. 미러리스는 DSLR에서 미러와 펜타프리즘을 없애 작고 가볍게 만든 카메라다. 미러리스 시장에서 캐논의 점유율은 지난 4월 23.5%에 그쳤지만 강소라를 모델로 채용하고 젊은 여성층 대상 마케팅을 강화하며 5월 34.3%, 6월 43.2%로 증가했다.
◆예견치 못한 천재지변, 3분기 반격의 칼날 세운다
소니는 하이엔드 컴팩트 카메라 'RX' 시리즈부터 풀프레임 미러리스 '알파 7' 시리즈 등 혁신적인 제품으로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을 선도해왔다. 올림픽 시즌을 앞두고는 "공식 스폰서는 아니지만 A7R2 등 고사양 제품을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연초 마케팅 활동을 강화했다.
지난해 기준 전체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에서 미러리스의 점유율은 60.5%였다. 소니는 2014년 초 출시한 'A5000'이 꾸준한 인기를 얻는 가운데 올해 3월에는 'A6300'도 국내 출시하며 캐논과 치열한 1위 경쟁 펼쳤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악재가 소니를 덮쳤다.
지난 4월 일본 구마모토 지진으로 소니 카메라 센서를 생산하는 구마모토 테크놀로지 센터가 가동불능 상태에 빠졌다. 이 때문에 소니의 제품 공급 능력은 국내 시장 수요 대비 30%대로 주저앉았다.
히라이 카즈오 소니 사장이 "구마모토 테크놀로지 센터를 8월 중 정상화하고 전력 가동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소니 관계자는 "여름 프로모션도 하지 않았고 역성장도 예견하고 있다"며 "복구가 원활히 진행되는 만큼 빠른 시일 내 시장 상황을 정상화시켜 3분기에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추격 의지를 드러냈다.
◆제품은 좋은데… 악재 연이어
니콘은 올해 플래그십 DSLR D5와 APS-C 타입 최상급 모델 D500을 출시하며 시장의 호평을 받았다. 올해 취임한 키타바타 히데유키 니콘이미징 코리아 사장이 잃어버린 5년 수복 의지도 드러내며 카메라 시장에서 니콘에 대한 기대감도 최고조에 달했다.
하지만 니콘 역시 천재지변을 피해가지 못했다. 구마모토 지진 여파로 올해 2월 발표한 프리미엄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 DL 시리즈 출시가 무기한 연기됐다. 키타카타 사장이 밝힌 미러리스 라인업 확장과 구형 렌즈군 리뉴얼 작업도 완료 시기를 알 수 없게 된 상황이다.
문제는 서비스에서도 발생했다. 니콘은 핀교정 평생 무상 서비스로 이용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핀교정 무상 서비스는 경쟁사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니콘의 충성고객을 유지해주는 주요 무기였다. 하지만 지난 7월 니콘은 핀교정 서비스 유료화 정책을 발표했다.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끝에 전면 유료화 정책은 번복됐지만 10월 이후 구매고객은 품질보증기간 이후 핀교정 서비스를 유상으로 이용하게 돼 향후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