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성이 지난 2013년 2월에 5년 만기로 발행한 채권은 지난 10일 액면금액 1만원당 1만337.5원에 거래됐다. 금액도 20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금액이 거래됐던 지난 3월 말(1만257.0원)보다 0.78% 오른 가격이다.
회사채 발행·유통시장에서 'A'등급 기업들이 AA급 우량 기업 못지않은 흥행에 기록하면서 양극화 해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는 9, 10월에만 3조원 규모의 만기가 돌아온다.
회사채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전반적인 투자 심리 개선으로 볼 수는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기관들은 업황이 불확실하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는 철저히 단기물 위주로 접근하는 모양새다.
22일 금융투자(IB)업계에 따르면 9~10월 A등급 기업들이 갚아야 할 신용채권(회사채, 캐피탈채)은 총 2조7940억원 어치다.
9월에는 A등급 회사채 8500억원, A등급 캐피탈채 4800억원 등 총 1조 33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한다.
10월에는 총 1조 4640억원이다. 이중 A등급 회사채가 8610억원, A등급 캐피탈채가 6030억원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휴가철이 지나고 국내 기업들의 상반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움츠리고 있었던 자금 조달 수요가 살아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시장에 퍼져 있는 양극화는 쉽게 해소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실적이 부진한 기업들은 신용강등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기업은 회사채 발행을 위해 고금리를 제시해야 하고, 이도 안 되면 은행으로 발길을 돌려야 한다
한국투자증권 오창섭 연구원은 "향후 A등급 신용채권은 만기도래 차환용도의 채권발행 증가 가능성이 높다"면서 "고금리 채권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채권시장에 있어 가뭄에 단비 같은 투자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증권 김수연 연구원은 "취약기업들에 대한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줄만한 새로운 재료가 나올 상황이 제한적이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신용등급 조정도 차분한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유통시장에는 효성 처럼 A급 회사채의 몸값도 뛰고 있다. 지난 7월 A등급 회사채 장외거래량은 1조 9500억원에 달했다. 이는 2013년 7월 이후 최고치이다.
문제는 회사채 시장에 자리한 양극화의 해소 여부다.
공모 회사채 발행잔액은 지난 2008년 69조원에서 작년 말 151조원을 돌파하면서 7년간 2배 이상 증가했지만 저위험 채권에 편중돼 다양한 기업들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2012년 말에 총 회사채 발행액 가운데 A등급 이하 비중은 40.2%에 달했지만 작년 말에는 22.9%까지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에도 AA급 이상 회사채는 4조 원가량 순발행된 반면 A급 이하 회사채는 2조원 가량 순상환됐다.
크레딧 시장 한 관계자는 "2012년 웅진 사태 이후 지속돼 온 신용등급 조정이 아직 마무리되지는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A등급에 대한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되긴 어려워 보인다"면서 "하지만 A등급의 체질 개선과 함께 최근 펼쳐지고 있는 시장 상황은 A등급이 살아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