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우리은행 매각(민영화)을 위한 네 차례 시도 끝에 '과점주주 매각방식'이란 승부수를 띄웠다. 다섯 번째 민영화 시도다. 과점주주란 주요 주주들이 이사회를 통해 경영에 각자 참여하는 형태의 지배구조다. 정부는 이를 통해 연내 우리은행 민영화를 마치겠단 입장이다.
그간 정부는 우리은행 경영권 매각 방식을 통한 공적자금 회수를 꾀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지분 매각을 시도했지만 경쟁유효입찰이 성립되지 않아 번번히 실패한 바 있다. 덩치가 큰 우리은행 지분 매각 작업이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던 것. 우리은행 경영권 지분(30%)의 일괄 매각에 뛰어든 투자자가 없었던 셈이다.
이번 정부의 우리은행 과점주주 매각방식은 여러 투자자에게 지분을 분산해 팔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또한 성공여부를 단언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해 '과점주주 매각방식'이란 새로운 방안을 발표했지만, 헐값 매각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했다.
◆예보 소유 우리은행 지분 30%, 4~8%씩 쪼개 판매
22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내놓은 우리은행 매각 방안의 핵심은 과점주주를 형성할 수 있도록 정부가 예금보험공사가 소유한 우리은행 보유 지분 48.09% 가운데 30%를 4~8%씩 쪼개 파는 것이다. 지분 4% 이상을 낙찰받는 투자자에겐 사외이사 추천권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4∼7곳의 과점주주들은 이사회와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행장 선임에 참여하게 된다.
또한 지분 30% 매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예보는 우리은행과 체결한 경영정상화이행약정(MOU)도 즉시 해지할 예정이다. 이는 그간 우리은행이 다른 시중은행과 대등한 경쟁을 펼치는 데 족쇄로 작용한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MOU 해지를 통해 정부는 우리은행의 실질적 민영화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또 민영화 이후 우리은행의 주가가 상승하면 예보 잔여지분(21%)을 통해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매각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유효 잠재 매수자들이 입찰에 참여할 지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매각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예정가격 수준은 밝히지 않을 계획이다. 예정가격을 웃도는 가격을 써낸 입찰 물량이 30%에 크게 못 미칠 경우 매각이 불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공자위는 "예정가격 이상인 입찰 물량이 30% 미만인 경우 매각 여부를 추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종룡 "잠재 투자 수요 확인…매각 자신"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우리은행 경영권 매각과는 달리 투자자금 부담이 낮아 국내외 다양한 투자자들이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였고, 수요조사 결과 매각을 추진할 만한 잠재 투자 수요도 확인됐다"고 자신했다. 그는 "사외이사 추천 기회를 통해 은행 경영에 참여할 기회가 생긴다는 점이 투자자들에 매력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입찰 가능 물량으로 기존 보유 지분을 포함해 최소 4%에서 최대 8%까지 지분을 넘길 계획이다. 낙찰자 선정은 원칙적으로 입찰가격순(희망수량경쟁입찰)으로 한다. 사외이사 추천권 등 특수 요인을 고려해 비가격 요소도 일부 반영될 예정이다.
정부는 오는 24일 우리은행 매각 공고를 내고 내달 23일쯤 '투자의향서(LOI)'를 접수한다. 본입찰 참여는 'LOI'를 제출한 투자자에게만 허용된다. 오는 11월 중 입찰을 마감하고 12월까진 주식 양·수도와 대금납부를 마쳐 거래를 종결한다는 계획이다. 또 계약 체결 후 최대한 신속하게 임시주총 절차를 거쳐 과점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가 연내 선임할 수 있도록 추진할 방침이다.
임 위원장은 "우리은행 매각 즉시 과점주주들을 중심으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행장을 선임할 수 있도록 해 향후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모범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우리은행은 지난 2001년 예보가 공적자금 12조8000억원가량을 투입한 후 지금까지 지분 51%를 보유해 왔다. 정부는 그동안 우리은행 민영화를 네 차례 추진했으나 번번히 실패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우리은행 지분을 통째로 파는 경영권 매각으로는 민영화가 어렵다고 판단, 지분을 분할 매각하는 과점주주 매각방식을 병행키로 했다. 이후 아부다비투자공사 등과 초기 단계의 매각 논의가 이뤄진 바 있지만 유가 급락 등 영향으로 실제 지분 매각으로까진 이어지지 못했다.
◆ 금융위 "주가 절대적 지표 아니다"
이날 정부가 내놓은 우리은행 지분의 과점주주 매각방식 성공여부도 가격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등이 합쳐진 우리은행에는 그동안 12조7663억원의 공적자금이 들어 갔다. 이 가운데 자회사 지분 매각과 배당금 등을 통해 8조2869억원이 회수됐다. 남은 공적자금 규모는 4조4794억원이다. 예보가 보유한 지분을 매각해 공적자금을 모두 회수하려면 주당 1만3000원은 받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날 현재 우리은행 주가는 1만250원 수준이다. 공적자금을 회수하려면 현재보다 주가가 30% 가까이 상승해야 한다.
금융위는 "원금회수 기준주가는 중요한 참고지표가 될 수 있지만 절대적인 지표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했다. 매각가격이 주당 1만3000원을 밑돌 수도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번 매각방식으로 우리은행 민영화에 성공할 경우 주가가 올라 예보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21%)을 팔아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판단하고 있다.
정부는 "입찰마감일 당일의 종가, 일정 기간의 주가 흐름, 매도자 실사 결과 우리은행의 적정 주가 등 다양한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예정가격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