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상승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주택 과잉공급 우려에 대응해 택지공급을 축소하고 분양보증 심사를 강화하는 등 주택공급 프로세스별 관리를 강화하겠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3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의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며 주택 공급시장에 대한 안정적 관리를 강조했다.
가계부채는 근래 들어 증가세를 멈추지 않고 있어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계신용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현재 우리나라 가계신용 잔액은 1257조3000억원으로, 전분기 말 1223조7000억원 대비 33조6000억원(2.7%) 늘었다. 전년 동기 잔액인 1131조5000억원과 비교해선 불과 1년 만에 125조7000억원(11.1%) 급증했다. 은행 등 1금융권보다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비은행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유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우리 경제의 위험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기 위한 대책을 밝혔다. 그는 "적정 수준의 주택공급 유도를 위해 프로세스별 관리를 통한 가계부채 연착륙을 이끌 것"이라며 "분할상환과 고정금리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 구조개선 노력을 가속화하고 최근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전세대출, 신용대출, 비주택담보대출 등에 대해서도 분할상환을 유도하고 담보평가 관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집단대출에 대해서도 "실수요자 중심의 대출시장이 정착될 수 있도록 보증제도를 개선하고 리스크 관리 강화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서민·취약계층에 대해선 "맞춤형 채무조정 지원으로 조속한 재기를 돕고 중금리 대출 등을 통해 금리부담을 경감토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대책은 주택공급 관리 방안이 포함된 것이 특징이다. 금융 대책만으론 해결하기 어려운 가계부채 문제를 주택시장 측면에서도 균형있게 접근함으로써 근본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였다.
정부는 "그동안 가계부채 대책은 소득증대와 부채관리, 서민취약계층 지원 강화 등에 그쳤지만 이번 대책에선 주택 분양시장 관리방안을 새롭게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택지를 매입하는 단계에서부터 적정 주택공급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택지매입 전 분양사업장에 대한 철저한 사업성 심사를 통해 주택과잉공급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보증 예비심사' 제도도 도입한다. 또 인허가 단계에서 국토부와 지자체 간 주택정책협의회를 개최하고 합동 시장 점검과 시장동향 정보공유 등 기관간 협력 강화를 통한 공급을 관리한다. 분양 단계에선 '미분양 관리지역'을 확대하고 HUG 분양보증 심사를 강화한다. 아울러 지속적인 현장점검 등을 통해 공급을 조절하고 시장질서를 확립한다는 계획이다.
선분양의 특성 등을 감안해 그동안 상환능력심사 등의 규제를 적용하지 않았던 집단대출 관리 강화를 위한 조치도 포함됐다. 실수요자 위주의 대출과 주택 적정공급을 유도하겠단 방침이다. 주택금융공사와 HUG 등 공적 보증기관 중도금보증을 부분보증(100%→90%)으로 운영하고 보증건수 한도도 통합관리(기관별 2건→도합 2건)한다. 사업장 현장조사 의무화 등을 통해 은행 집단대출 리스크관리도 강화할 방침이다. 중·저소득층 잔금대출 시 금리 우대를 통해 장기고정금리와 분할상환 방식으로 유도하는 주금공 신상품도 공급한다.
정부는 "부동산시장의 상황과 집단대출 증가세 등을 봐 가며 필요한 경우 집단대출에 대한 단계적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도입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실제 집단대출을 제외한 개별 주택담보대출은 정부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등으로 올 상반기 12조원을 기록, 전년 동기인 34조2000억원 대비 22조2000억원이나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집단대출 관리 강화 방안 포함으로 향후 가계부채의 감소세가 기대된다.
이 외에 비은행권 주택담보대출과 기타대출 등 은행 주택담보대출 외 취약부문에 대한 유형별 맞춤형 대책도 추진된다. 전세대출에 있어선 차주가 원하는 만큼 나누어 갚는 전세대출상품 출시를 유도하고 대출기간(2년) 동안 전세자금대출 원금의 10% 이상 상환을 약정하는 경우 주금공과 SGI 등 보증기관 전세보증료율을 최대 0.08~0.12%포인트까지 인하한다. 또 신용대출의 경우 관계기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총체적 상환부담 평가시스템(DSR)을 통한 건전화를 유도한다. 상환능력심사를 선진화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한국은행·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이번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차질없이 이행해 나갈 계획"이라며 "가계부채 증가추이를 면밀히 모니터하고 분양시장 과열 등 필요한 경우 이번 대책에는 포함되지 않은 추가적인 가계부채 대응방안을 조속히 마련,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