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 배럴당 38.68 달러(두바이유)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가 최근 반등을 거듭해 최근 40달러 중반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유가가 지속 상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국내 휘발유 가격도 장기적으로는 지금 수준에 머물거나 내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9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26일(현지시간) 0.97 달러 하락한 배럴당 44.62 달러를 기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내달 21~22일 알제리에서 열리는 비공식 회담에서 원유 생산량 동결 합의가 기대된다며 유가 상승을 부채질했다. 모하메드 바르킨도 OPEC 사무총장은 사우디 국영지 알 하야트와의 인터뷰에서 "산유량 조절과 관련해 OPEC 회원국와 비회원국이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고 시장 개입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 따르면 OPEC의 노력에도 국제유가 상승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OPEC의 산유량 동결에는 이란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OPEC에 따르면 사우디와 이란은 경쟁적으로 원유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이란은 현재 하루 350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하루 1067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이란은 생산량을 동결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내보였다.
지난 27일 이란의 비잔 남다르 잔가네 석유장관은 "원유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라면 회원국들이 이란의 기본권을 존중해주는 한 OPEC과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시장은 이란이 말한 기본권에 산유량을 동결하지 않을 권리도 포함됐다고 받아들였다. 이란이 그간 일일 생산 목표치인 400만 배럴에 도달해야만 OPEC의 산유량 동결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혀왔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미국 원유 재고량 증가 발표도 영향을 끼친다. 지난 24일(현지시간) EIA는 전주 미국 원유 재고량이 250만 배럴 증가해 5억2400만 배럴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45만5000 배럴 감소를 예측했던 시장 전문가들의 기대에 어긋나는 발표였다. 원유뿐 아니라 휘발유와 난방유, 디젤 재고도 일제히 증가했다. 업계는 31일로 예정된 주간 원유 재고량 발표도 지난 발표와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이 석유화학 공장과 정유 공장을 가동 제한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은 국가 행사가 있는 기간에 인근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스모그에 둘러싸인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내달 4~5일 G20 정상회의에 맞춰 회의가 열리는 항저우 일대 공장 가동도 내달 6일까지 제한됐다. 석유화학, 철강, 정유 등의 공장이 대상이다.
세계 2위 원유 소비국인 중국은 국제유가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업계는 중국의 이번 조치로 중국의 원유 수요가 하루 25만 배럴 줄어들고 정제 규모도 일일 4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조짐이 보이는 것도 유가 하락 요인이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26일(현지시간) "수개월 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금리 인상 필요성을 밝혔다. 로레타 메스터 미국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저금리를 지속하면 금리 인상 폭은 더 커질 것"이라고 힘을 보탰다.
무장단체의 공격으로 원유 생산량이 줄었던 나이지리아에서도 생산량 안정이 기대된다. 석유시설에 테러를 지속했던 나이지리아 무장단체 니제르 델타 어벤져스(NDA)는 최근 테러를 중단하고 정부와 휴전 협상을 시작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OPEC은 지난 4월처럼 구두 개입으로 유가를 올리려 시도할 뿐"이라며 "9월 생산량 동결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평가 절하했다. 이어 "사우디와 이란의 증산 경쟁, 연준의 금리인상, 중국의 원유 소비 감소, 나이지리아의 생산 안정화 등 유가 하락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 더욱 많다"며 "국제유가에 지속 상승 동력이 없는 만큼 국내 휘발유 가격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