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과연 한국 경제는 안전한가.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한 걱정이 커지면서 한국 경제의 체력을 의심하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은 최악을 가정해도 '한국에 97년 말 외환위기나 2008년 리먼사태의 충격은 없다'는 것이다. 97년 말 외환위기 당시 극심한 어려움을 경험한 시장참여자들이 대내외 정치·경제적 이슈가 터질때마다 과민반응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만 조선과 해운 등 산업구조조정과 미국의 금리인상이 겹칠 경우 경제 성장의 두 축인 내수와 수출 모두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성장 눈높이는 더 낮아질 전망이다.
◆ 2%대 성장률 흔들까
올 한국 경제의 '2%대 저성장'이 공식화됐다. 특히 한국은행이 경기 둔화와 산업 구조조정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들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예기치 않게 미국의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급 부상하면서 한은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예기치 못한 대외 변수에 금융시장 충격이 우려됨에 따라 한은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양상이다.
옐런이 금리를 올리면 양국의 금리 격차가 줄어 국내에 투자한 외국 자본의 이탈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외국인 자금까지 빠져나가면 시장의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또 금리를 내리면 '좀비기업'의 퇴출이 계속 지연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더 걱정인 이유는 따로 있다.
기업, 가계 등 경제 주체들의 불안감을 확산시켜 실물경제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중국 등 신흥국 시장이 타격을 받으면 우리 기업들의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짙어질 수도 있다. 하반기 기업과 산업 구조조정, 눈덩이 처럼 불어난 가계부채 등으로 경제가 더 어려운 국면을 맞을 수 있는 셈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7월 한국경제의 올해 성장률을 2.7%(4월 전망치와 변화없음)로 전망했다.내년 성장률은 이보다 높은 3.0%로 예상했다.
한국은행도 같은 전망을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인상 충격이 예상보다 커질 경우 상황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IMF는 '세계 금융 안정 보고서' 를 통해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한 부적절한 대처로 발생한 충격은 세계 경제의 '탈선'과 주식시장 폭락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보고서는 선진 또는 신흥시장에서 발생한 충격은 세계 자산시장의 요동과 유동성 축소를 불러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정에서 세계 경제성장률은 2017년까지 2.4% 줄어들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IMF는 내놨다.
곳곳에서 위험 신호도 감지된다.
우리나라의 월별 수출액은 작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19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다.
기업들이 물건을 팔아 손에 쥐는 돈은 쥐꼬리다. 한은이 국내 외부감사 대상 법인 3065곳을 표본 조사해 발표한 '1분기 기업경영분석'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조사기업의 매출액은 작년 1분기보다 2.0% 줄었다.
투자도 꺼리고 있다. 1분기 설비투자는 전 분기보다 7.4% 급감했다. 2012년 2분기(-8.5%)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낮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 전문가 10명 중 7명은 한국경제가 이미 장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또 세계 경제가 좋아져도 한국경제는 예전의 성장세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 경제가 '늪지형 불황' 사이클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상 초유의 늪지형 불황에서 탈출하려면 주력 산업 육성을 통한 역동성 회복, 사회 안전망 구축을 병행한 산업 합리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구조적으로 낮아진 성장과 물가가 가져온 'L'의 시대자료=미에셋대우
◆ 수출 부진 등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응해야
대한상공회의소는 '미국 금리 인상의 파급 효과와 대응전략 연구' 보고서를 통해 터키, 남아공, 말레이시아, 아르헨티나 등 주요 위험국에 대한 수출 부진에 대해 주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들 신흥국은 중국의 경제 둔화,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의 악재까지 겹쳐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디스는 "한국의 신흥시장 수출은 지난 5년간 연평균 10% 증가했는데, 만약 앞으로 연평균 5%씩 감소한다면 이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0.4%포인트 하락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걱정이 지나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경제가 미국의 금리인상 충격을 흡수 할 만큼 탄탄하다는 것.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우리나라가 외국에서 받아야 할 대외채권은 7495억 달러로 3월 말보다 188억 달러 늘었다. 반면 우리나라가 갚아야 할 대외채무는 3918억 달러로 3개월 동안 25억 달러 늘었다.
7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도 3713억8000만달러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