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시내 신규면세사업자로 선정되며 당당하게 포부를 밝힌 기업들이 당초 공약했던 목표매출의 절반도 채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손익률 개선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관세청이 신규면세점을 추가한다고 공포해 신규 면세사업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반면 롯데면세점 등 기존 면세점는 서울 시내 신규면세점들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리는 등 실적 호조를 이어갔다.이는 신규 면세점들이 기존 면세점과 비교해 단체 관광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관광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마케팅 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부 신규 면세점의 경우 기존 면세사업자와의 격차가 오히려 더욱 벌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오는 12월 면제점 추가 사업자가 선정되면 면세점 업계의 '빈익빈 부익부'현상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면세점은 승승장구
31일 면세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롯데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3조1986억원으로 전년 동기간 대비 28.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588억원으로 6.1%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호텔롯데 면세사업부의 매출은 2조7338억원, 영업이익은 2326억원으로 각각 27.8%, 1.4% 늘었다.
이는 커지는 관광 수요를 롯데면세점이 그대로 흡수하고 있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상반기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381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00만명)보다 27% 늘었다. 이는 롯데면세점의 매출 성장세(27.8%)와 유사하다. 롯데면세점의 중국인 관광객 비중은 약 7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신라면세점도 지난해 동기간보다 9.3% 늘어난 1조668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신라면세점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43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4% 급감했다. 해외사업장 적자를 비롯해 현대산업개발과 공동으로 출자한 HDC신라면세점에 대한 대규모 마케팅 비용이 영향을 끼쳤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신규면세점이 기존 면세점을 금방 따라잡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특히 신규 면세 특허 신청 마감을 앞두고 후보에 나설 기존 업체들이 몸집 불리기에 나설 수 있어 하반기에는 시장 점유율 비중이 더욱 주요하게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면제점 매출 목표 하향조정
지난해 7월 신규사업자로 선정돼 지난 3월 그랜드 오픈한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은 상반기 1231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11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의 당초 목표매출액은 연간 1조원이었지만 3월 그랜드 오픈 시기 목표매출을 5000~6000억원으로 하향조정했다.
하지만 상반기 매출을 살펴보면 사실상 5000억원 물론 3000억원도 힘든 상황이다. 상반기 일평균 매출은 7억원 수준으로 목표매출을 달성하려면 하반기 일 2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야 한다.
신라아이파크면세점 관계자는 "영업손실도 매일 개선되고 있고 매출도 적은 폭이지만 상승 중이다. 하지만 당초 약속한 목표 매출 달성에는 한참 못미친다"며 "올 하반기 명품 브랜드가 대폭 보강되는 등 개선 여지가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게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갤러리아면세점63은 목표액은 5000~6000억원이다. 현재 상황으로 보면 목표 달성은 어려운 형편이다. 목표매출 하향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갤러리아면세점의 상반기 총매출은 1153억원이며 순매출액은 640억원이다. 영업손실은 174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순매출액만 놓고 보면 올해 2000억원도 힘든 상황이다. 이익률도 마이너스 80% 수준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 신규면세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20만원까지 뛰었던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주가는 4분1수준인 5만3500원까지 떨어졌다.
◆영업손실도 급증
두타면세점은 상반기 100억수준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영업손실은 1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실이 매출을 넘어섰다. 사실상 신규면세점 중 가장 낮은 이익률을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두타면세점 관계자는 "일부 실무 직원은 사실상 할 일이 없거나 아예 다른 파트로 이동된 직원도 있다"고 말했다. 전체 직원은 오픈초기 대비 28%증가했지만 저조한 영업실적에 사실상 손 놓고 있는 직원도 있다. 두타면세점의 올해 목표매출은 5000억원이다.
신규면세사업자들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시내면세 사업이 허울뿐이라고 말한다. 롯데, 신라 등 업계 선두기업의 네트워크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콧대를 높이고 있어 매장 유치도 힘든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쟁자만 늘어 사실상 자멸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명품 유치, MICE(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박람회) 관광객 등의 숙제있지만 과도한 손실률로 인해 공격적인 마케팅도 힘들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관세청의 면세점 추가 계획은 아직 자리도 잡지 못한 신규사업자들에게 새로운 경쟁자를 붙여 자멸시키겠다는 소리"라며 "과도한 리베이트를 사용해 당장의 매출은 올릴 수 있겠지만 이는 결국 관광사업 질 하향으로 이어질 것이다. 최소한 브랜드 유치에 대해서라도 정부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하소연했다.
◆신세계는 나름 선전
올해 5월 오픈한 신세계 면세점 명동점은 상반기 21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일평균 매출은 11억원 수준으로 신규면세사업자 중 가장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가장 높은 하루 매출은 26억원에 달한다.
명동점이 짧은 시간 안에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입지'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명동, 남산 서울타워, 남대문 시장과 인접해 관광객들이 찾기 쉽다는 점이다. 또 쾌적한 쇼핑환경도 손꼽힌다. 신세계 본점 신관 8층부터 12층까지 1만5138㎡ 대규모 매장은 고객 동선이 편하고 오랜 머물러도 부담 없는 편안함을 제공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 유치도 한몫을 담당했다.
다만 과도한 마케팅으로 손실이 높아 좋은 상황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신세계 면세점의 상반기 영업손실은 174억원으로 1153억원의 총매출을 기록한 갤러리아면세점의 영업손실과 같다. 목표매출은 영업 첫 1년 1조5000억원이지만 현재 같은 추세라면 4000~5000억원이 한계로 보인다. 목표치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