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디지털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으며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에 모두의 역량을 모을 때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사진)이 창립 15주년을 맞아 임직원들에게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디지털로의 전환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기존 오프라인 상품·서비스를 온라인으로 바꾸는 수준에서 벗어나 "연결과 확장이라는 디지털의 특성을 금융에 접목해 창의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노력을 경주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5년째 신한금융호를 이끌고 있는 한 회장이 꺼낸 '변화'에는 절박함이 묻어 있다. 금융 역사상 처음 경험하는 마이너스 금리, 신기술로 인한 산업 구조의 변화에 은행산업이 위기라는 인식이다. '제2의 창업'이라는 각오로 '천년 신한금융'의 생존 기반을 닦아 놓겠다는 의지와 각오도 포함됐다.
그동안 한 회장은 조직은 안정시키는데 더 많은 비중을 뒀다.
그는 2011년 전(前) 경영진 간의 분쟁으로 조직이 흔들리는 위기 속에서 취임했다. 하지만 이후 특유의 온화한 리더십으로 흔들리는 조직을 다독이며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정비해 신한금융을 일으켜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승계 프로그램 신설, 통합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CIB, PWM 신설, 성과 중심의 인사 프로세스를 도입했다.
신한금융은 최근 저금리로 인한 수익성 악화 등의 악재에도 올해 상반기 1조4548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7년 연속 1조원대 순이익 기록이다. 신한금융 내에서도 "구원투수로 나선 한 회장의 리더십 역할이 컸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 2013년 말 신한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만장일치로 한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선정했던 것도 그의 뛰어난 리더십과 경영능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신한금융 조직 내에 '따뜻한 금융'도 깊숙이 뿌리내렸다. 지난 2014년 '따뜻한 금융 2.0, 미래와 함께하는 따뜻한 금융'이란 새로운 슬로건을 내걸고 내재화에 힘 쓴 결과다.
한 회장은 "금융회사가 본업인 금융을 통해 고객들과 따뜻한 유대감을 만들어가지 않으면 성장은 물론이고 생존을 담보받을 수 없다"며 2011년 취임 이후 줄곧 '따뜻한 금융'을 강조해왔다. 신한금융은 따뜻한 금융의 비전을 계열사별로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세부 실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따뜻한 금융의 내재화를 적극 추진해 왔다.
하지만 한 회장은 아직 배가 고프다. 신한금융그룹을 아시아, 더 나아가 세계 최고의 금융그룹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다.
한 회장이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분야는 '디지털화'이다.
기존의 오프라인 상품과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통해 기존과는 전혀 다른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
한 회장은 "블록체인,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생소하던 개념들은 이제 금융의 미래를 논할 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라며 "그룹 차원의 협력과 외부와의 다양한 협업을 통해 신한만의 차별화된 디지털화 된 금융을 선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또 기존의 리스크 관리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산운용 측면에서도 저 리스크 일변도에서 벗어나 자산 포트폴리오의 폭을 획기적으로 넓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전통적인 예대를 넘어 투자를, 금융을 넘어 실물을 지원할 수 있도록 선제적이고 역동적인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한 회장은 글로벌화와 그룹 전체가 하나의 회사가 되는 원(one) 신한, 따뜻한 금융을 위해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한 회장은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월드 클래스 파이낸셜 그룹이라는 비전이 지금은 멀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2만 5000여 임직원 모두가 간절히 꿈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한다면, 우리의 힘으로 신한의 비전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