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홍로 주안상/대동여주도 이지민 컨텐츠 제작자
대동여주도(酒) 컨텐츠 제작자 이지민의 우리술 이야기
추석 명절에 선물하기 좋은 귀한 우리술
최근 명절을 앞두고 우리술 판매가 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동시에 추석 선물을 추천해달라는 요청도 많은데, 추석 명절에 선물하기 좋은 귀한 술을 하나 소개할까 한다.
오늘 소개할 술은 고려시대 관서(평양)지방에서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소주. 조선시대 3대 명주로 꼽힌 '감홍로'다. 그 맛이 달고(甘) 붉은 빛깔(紅)을 띄는 이슬같은 술(露)이라고 해서 감홍로로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감홍로는 38 이북의 술 가운데 으뜸으로 꼽힌다. 소주는 추운 지방에서 많이 마신 술인데, 평양 소주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술이 감홍로였다. '평양의 3대 명물'로 손꼽히기도 했다.
감홍로의 은은한 붉은 빛깔과 깊은 맛에 평양의 주당과 기생들이 이 술을 최고의 술로 쳤다는 얘기도 전해지며, 근대 이후 외국을 다녀온 사람들은 감홍로를 맛본 뒤 '조선의 위스키'라고 평가하기도 했었다고 한다.
감홍로는 별주부전과 춘향전에도 등장한다. 별주부전에서는 별주부가 토끼를 꼬드길 때 '용궁에 가면 감홍로가 있다' 고 회유하는 대목이 있고, 춘향전에서는 춘향이가 이몽룡과 이별하는 장면에 향단이에게 이별주로 감홍로를 가져오라고 하는 대목이 있을 정도로 유명세를 떨친 술이다.
현재 전통 식품 명인 43호 이기숙 명인이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감홍로는 좁쌀누룩과 멥쌀 고두밥으로 빚어 두 번에 걸쳐 증류한 뒤에 8가지 약재를 넣어 침출시켜 완성한다. 장에 좋다는 용안육, 정기를 북돋아준다는 정향, 비타민이 풍부한 진피, 풍을 막아준다는 방풍, 그리고 향긋한 계피, 활달한 생강, 달콤한 감초, 붉은 지초가 들어간다.
술을 한 모금 머금으면 계피향이 맴돌고, 점차 단맛이 도는 풍부한 향이 감돌다가 마지막으로는 시원한 향이 입안을 채운다. 40도로 도수가 높지만 목넘김이 부드럽고 약재향이 은은하다. 이 술은 혈을 뚫고 기를 세우고 장을 보호하며 배를 따뜻하게 해준다고 하는데, 뜨끈한 국물이나 전골과 만나 몸을 따뜻하게 해 준다. 토란탕이나 탕국에 곁들여도 좋고, 남은 전을 활용한 전골 요리에 곁들여도 좋다. 고기류와도 잘 어울려 갈비찜이나 산적도 추천한다.
이렇게 좋은 술인데 감홍로는 슬프게도 이탈리아 슬로푸드 국제본부에서 시작된 전 세계 각지에 멸종 위기에 처한 전통 식재료를 보존하는 캠페인 맛의 방주(Ark of Taste)에 등재되어 있다. 즉, 멸종 위치에 처한 귀한 술이라는 것. 이 술이 사라지지 않도록 많은 분들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 올 추석은 귀한 감홍로를 선물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