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가 1일 첫 정기국회의 닻을 올렸다. 여소야대(與小野大)로 재편된 의회 구도인데다 내년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가졌다는 점에서 험난한 여정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암시하듯 이날 오후 2시 열릴 예정이던 본회의는 시작부터 파행을 겪었다. 새누리당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논란과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 논란 등을 언급한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에 반발, 사과를 하지 않는 한 향후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겠다며 퇴장했기 때문이다. 정기국회 초입부터 여야가 극한 대치를 예고하며 주도권잡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개회식 직후 소집한 긴급 의원총회에서 "중립적 위치에서 의사진행을 해야 할 의장이 야당의 당론을 대변하듯이 이야기할 수 있느냐"면서 "이런 의장을 어떻게 믿고 20대 국회를 맡길 수 있겠느냐"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개회식 직후로 예정됐던 여야 의원 전원의 개회 기념 단체사진 촬영도 거부했다.
여야는 정기국회 개회 전날까지도 추가경정예산안을 놓고 협상을 벌이는 등 매순간 고비에 직면했다.
8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8월 31일 심야가 돼서야 가까스로 협상에 성공했지만, 이날 본회의가 파행되면서 2시로 예정됐던 추경 처리가 또다시 미뤄질 위기에 처했다.
여야가 모든 현안에 대해 격한 대치를 이어가는 이유는 내년 대선과 무관치 않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를 관철하려는 여당과 현 정부의 실정을 부각, 정권교체를 시도하려는 야당이 물러설 수 없는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당장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한반도 배치 논란을 둘러싼 외교·안보 분야에서 격돌이 예상된다.
사드 배치 찬성을 당론으로 정한 새누리당은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하고 대국민 홍보전에 나선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추미애 대표가 개인적으로 사드 배치에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일찌감치 반대 당론을 정해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각종 의혹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특히 우 수석 의혹을 조사하던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정보 유출 논란 속에 중도 하차함에 따라 야당이 법안까지 제출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실제 새누리당은 정 의장이 개회사에서 우 수석 의혹을 거론, "고위공직자 비리 전담 특별 수사기관 신설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데 대해 중립을 잃었다며 정 의장을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의장의 온당한 사과와 후속조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새누리당은 앞으로 20대 국회의 모든 의사일정을 거부하겠다"고 밝혔고, 의원들이 박수로 이같은 방침을 '추인'했다.
정기국회 기간 중 열리는 각종 청문회도 또 다른 뇌관으로 작용할 소지가 다분하다. 오는 8∼9일 열리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일명 서별관 청문회)가 화약고다.
시위 도중 경찰의 물대포를 맞은 후 의식을 잃고 중태에 빠진 '백남기 청문회'에서도 야당을 중심으로 과잉진압 주장이 제기돼 여야 간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같은 쟁점들에 내년도 예산안 처리 역시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11월30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본다'는 국회법 개정안(일명 선진화법 제85조)에 따라 지난 2년간은 법정 처리 시한인 12월 2일에 처리됐다.
일각에선 야당이 예산안을 문제 삼아 처리 절차를 늦출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