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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단골 홍어집의 슬픈 과거



어찌하다보니 서울 충무로 인근에 있는 한 홍어집이 단골(?)이 됐다.

그런데 이 홍어집엔 기가 막힌 사연이 있다. 당초 이 홍어집은 인근의 한 건물에서 장사를 했다. 20년이 넘도록 말이다. 워낙 오래 장사를 했고, 홍어에 대한 주인장의 고집스런 철학 때문인지 단골도 꽤 있었다. 헌데 갑자기 건물주인이 가게를 비워달라고 일방적으로 통보를 하더란다. 내막을 알고보니 건물주가 자신의 아들에게 홍어집을 내주기 위해 원래 있던 임차인을 내쫓으려 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쫓겨난 홍어집은 지금의 자리에 다시 문을 열었다. 물론 권리금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다소 어려운 말인 '젠트리피케이션'의 전형이다. 구도심이 점점 번성해지면서 돈이 많은 사람이 몰리고, 임대료가 덩달아 급등하면서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기 힘든 원주민들이 밖으로 내몰리는 상황을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부른다. 서울만해도 홍대 입구, 경복궁 인근인 서촌과 북촌, 강남의 가로수길 등에서 이같은 건물주들의 '갑질'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멀쩡하게 장사를 하던 임차인들은 건물주들의 과도한 임대료 인상 요구나 "가게 빼"라는 말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이웃나라 일본에서 음식점을 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의 말에 의하면 일본의 건물주들은 임차인을 상전으로 모신다고 한다. 저금리 때문이기도하지만 자신에게 월급처럼 꼬박 꼬박 임대료를 내는 임차인들을 그렇게 고마워할 수가 없더란다. 임대료 걱정 말고 오래 오래 장사하라는 말도 덤으로 전하면서 말이다. 일본만해도 법으로 강제하지 않더라도 건물주와 임차인간의 탄탄한 신뢰관계가 문화적으로 굳어 있는 것이다.

하긴 건물주의 횡포 뿐이랴. 전세값으로 한번에 5000만원, 1억원의 거금을 올려달라고 하는 집주인의 횡포도 다르지 않다. 직장 다니면서 1년에 돈 1000만원 모으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2년에 한 번씩 수천만원을 올려달라는 집주인도 결국 젠트리피케이션의 또다른 주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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