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IDF2016에서 초당 100Gb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인텔 실리콘 포토닉스' 상용화를 발표했다. /인텔
컴퓨팅 하드웨어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기반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지만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이에 대해 자율주행자동차를 연구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관계자는 "카메라를 이용한 자율주행은 아직 주차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며 "고속주행이 불가능해 상용화까지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 이유로 연산 지연을 꼽았다. 그는 "수집·분석해야 할 데이터가 방대한데 비해 그 데이터를 처리하는 속도는 느리다"며 "사람이 운전하듯 고속으로 주행할 경우 시스템이 제 때 상황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5G 통신망을 이용해 통합 처리가 가능한 데이터센터로 데이터를 전송하고 다시 분석 결과를 받아 운전을 하는 방향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문제도 머지않아 해결될 전망이다. 최근 소프트웨어(SW) 수준의 논의에 머물던 인공지능(AI)의 영향이 하드웨어로 옮겨갔다. 기존 SW 개발로는 해결되지 않던 인공지능·자율주행 관련 문제들의 해결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인텔 연례 개발자대회(IDF2016)에서 다이앤 브라이언트 인텔데이터센터그룹 수석 부사장은 "커넥티드카에서는 매일 4테라바이트(TB), 커넥티드 공장에서는 매일 1페타바이트(PB)의 데이터가 생성된다"며 "하지만 이를 처리하는 속도는 너무 느렸다"고 말했다.
1PB는 1024테라바이트(TB)다. 최근 일반소비자용 하드디스크(HDD) 가운데 용량이 가장 큰 제품은 10TB다. 10TB짜리 HDD 103개에 저장할 분량의 데이터가 매일 생성되는 셈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인텔은 고성능 머신러닝과 딥러닝에 초점을 맞춘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 제온 파이 프로세서(코드명 나이츠밀)를 공개했다. 내년 출시 예정인 이 프로세서는 인공지능을 타깃으로 대용량 데이터 분석 기능을 특화시켰다. 이 제품은 128 노드(구동 가능한 개별 시스템) 인프라에서 단일 노드 대비 50배 빠른 성능을 지원한다.
데이터 전송 방법에서도 진보가 이뤄졌다. 인텔은 원거리에서 초당 100기가비트(Gb)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인텔 실리콘 포토닉스'를 상용화한다. 구리선이 아닌 광섬유 케이블을 통해 수 ㎞의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이 기술은 16년에 걸친 개발로 완성됐다. 인텔은 이 기술을 고도화할 경우 통신 속도를 초당 400Gb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데이터센터와 개별 PC의 실시간 네트워킹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자율주행차량용 모바일 프로세서 '파커'를 공개했다. /엔비디아
비주얼 컴퓨팅 업체 엔비디아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엔비디아가 생산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는 CPU에 비해 단순 연산 속도가 빠르다. 컴퓨터에서 게임이나 그래픽 SW에서 좌표를 계산하는 역할만을 담당하기에 부동소수점 연산 성능에 특화된 것이다. 때문에 구글의 알파고도 빠른 연산을 위해 GPU를 대량 사용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25일 자율주행차량용 모바일 프로세서 '파커'를 공개했다. 이 제품에는 엔비디아의 독자적인 CPU '덴버'와 최신형 파스칼 GPU가 탑재됐다. 이 GPU는 256 쿠다 코어로 1.5테라플롭스의 연산 속도를 제공한다. 1테라플롭스는 초당 1조 회 연산을 의미한다.
파커는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차량용 슈퍼컴퓨터 드라이브 PX 2에 탑재된다. 두 개의 파커 프로세서와 두 개의 외장형 GPU가 장착돼 초당 24조 회의 딥 러닝 작업 속도를 구현한다. 볼보 등 주요 자동차 제조사는 내년부터 이 시스템을 활용한 자율주행 연구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