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개회사 논란'으로 중단됐던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가 우여곡절 끝에 닻을 올렸다. 하지만 이를 시작으로 여야가 세법전쟁과 입법전쟁을 예고하면서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제20대 정기 국회 본회의가 열린 모습. 이날 38일 만에 추가경정예산안이 극적으로 처리됐다./뉴시스
액땜일까, 여소야대 국회의 불길한 전조일까. 20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벌어진 '국회의장 개회사 논란'이 이번 국회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성장 잠재력 하락과 경기 둔화라는 이중고에 빠진 한국 경제가 정치 리스크 확대 변수에 가로막혀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우여곡절 끝에 첫 정기국회 본회의를 열고 그 시작으로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내년도 본 예산과 국정감사, 법안 처리 등 단계마다 지뢰가 도사리고 있어 곳곳에서 충돌이 예상된다.
특히 추경 지연의 원인이 됐던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이견이 여전해 본예산 처리 과정에서 유사한 다툼이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은 2017년도 예산안에서 누리과정 논란의 대안으로 지방교육정책특별회계를 신설하는 대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야당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고 일축하고 중앙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을 찾으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본예산 심의 과정에서 여야 간 충돌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추경과 내년 예산안은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여야3당이 각각 올해 처리할 중점법안의 우선순위가 크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첨예한 대립은 법인세율 인상을 놓고 벌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경제가 부진한 상황에서 기업활동을 위축할 수 있는 법인세 인상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법인세와 소득세 세율을 인상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고 대기업과 부자 증세를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실효세율을 올리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야당 간에도 입장차가 존재한다.
19대 국회 문턱에서 좌절된 노동개혁 5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의 중점 법안을 두고도 지난한 대립이 펼쳐질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와 야당은 올해 안에 본회의를 통과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비정규직 양산과 의료 민영화와 관련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야당의 처리불가 입장이 확고한 상황이다.
반면 두 야당은 검찰개혁을 위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루고 이미 법안을 공동 발의한 상태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기간 연장을 위한 세월호특별법 개정안도 여야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는 이슈다.
여야3당이 각각 당론으로 추진하는 우선순위 법안들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단 새누리당은 예산관련 부수법안을 대거 발의할 예정이다. 재정 집행의 원칙을 지키면서 지방교육정책특별회계법, '포퓰리즘' 법안에 제동을 거는 페이고법(국회법 개정안) 등을 추진한다.
더민주는 경제민주화 법안에 초점을 두고 있다. 지방교부세율을 인상해 지방재정을 확충하는 지방교부세법과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는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위 전속고발권 폐지, 상가임대차보호법 등을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도 재벌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 지분율 요건을 20%로 단일화하고 자산규모가 50조원이 넘는 기업집단의 재무현황과 내부 거래내용 공시를 의무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소비자집단소송법 제정, 증권집단소송법 개정안 등을 내놓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