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신호를 기대했던 한중 관계에 적신호가 켜졌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7월 한반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THAAD) 배치 이후 처음으로 마주 앉았지만 사드 문제를 놓고 입장차를 결국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이 향후 소통을 통한 문제해결에 방점을 둔만큼 현재 상황에서 관계 악화는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중국의 사드 배치 철회 압박은 다양한 방법으로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5일 오전 8시 26분께 서호 국빈관에서 시작된 한중 정상회담은 당초 예정됐던 30분을 넘겨 46분간 진행됐다. 본격적인 회담 직전 시 주석은 주요20개국(G20) 회담이 열리는 도시 항저우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인연을 언급했고, 박 대통령은 이에 "소중한 인연에 감사하다"면서 환담을 이어갔다.
그러나 회담장의 '온도'는 다소 차가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불안정 요소가 증가하고 있다며 "중·한 관계가 올바른 궤도에서 안정되고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개적으로 사드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양국 관계의 갈등 요인인 사드에 대한 바람을 내비친 것이다.
다만 시 주석은 비공개 정상회의 석상에서는 사드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표명했다. 한중 양국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원치는 않지만 사드 배치는 중국 안보 이익 침해라는 기존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시 주석의 이 같은 행보에도 엇갈린 해석을 내놨다. 청와대는 시 주석이 미·중 정상회담 때와 달리 공개적으로 사드를 거론하지 않은 것 자체에 의미를 뒀지만 중국 관영 신화 통신은 시 주석이 사드 배치 반대를 직접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중국은 최근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과 관련해선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했다. 사드 문제와 북핵 문제를 분리해 대응한다는 전략이 깔린 것이다.
정상회담 전부터 시 주석의 '사드 배치 반대' 입장 표명은 예고됐다는 게 중론이다. 시 주석은 지난 3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사드 시스템을 한국에 배치하는데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4일 열린 비즈니스서밋(B20) 개막 연설에서도 "각국의 안보는 긴밀한 상관관계가 있다"면서 "지난 시기의 냉전적 사고방식은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사드 배치를 냉전적 사고방식으로 보고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비공개회의에서 사드 배치는 자위권적 조치로, 제3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특히 "북한의 핵위협이 제거되면 자연스럽게 사드 배치의 필요성도 없어질 것"이라는 조건부 사드 배치론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다양한 안보 도전에 새 시각과 접근법이 필요한 때"라며 중국의 시각 환기를 우회적으로 당부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조건부 사드 배치'와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이날 시 주석의 '사드 배치 반대' 입장 표명이 향후 한중 관계에 어떤 압박으로 표출될지는 미지수다.
다만 양국이 상호 이해를 높이기 위해 지속적인 소통 체제를 갖기로 한 만큼 급격한 대북 정책의 방향 전환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