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가 6일로 개원 100일을 맞이했다. 그러나 20대 국회가 협치를 상실하고 대치를 거듭하면서 '도로 19대 국회'라는 오명을 받아 들었다. 사진(왼쪽부터)은 20대 국회 개원식(6.13),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발표(6.21), 사드배치 반대 시위(8.26), 우병우 처가 부동산 매입의혹(8.2), 첫 정기국회 무산(9.1), 첫 정기국회 기념사진 무산(9.1)./뉴시스
'민생경제를 위한 협치'를 약속하며 출발한 여소야대의 20대 국회가 대치로 얼룩졌다. 생산적 국회운영을 위해 여야 모두 발 벗고 나설 것을 다짐했지만 6일로 개원 100일을 맞은 여의도는 제자리걸음이다.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가 팽배한 가운데 민생 경제 법안은 제자리를 걷고, 여야가 협력의 정치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도로 19대 국회'라는 오명을 떠안은 것이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비상대책위 체제를 종료하고 새 지도부를 구성했지만 '도로 친박(친박근혜)당', '도로 친문(친문재인)당'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국면 전환에 실패했다. 양당의 주류가 당권을 잡음과 동시에 정기국회 파행의 전운이 감돌았고 이는 현실이 됐다.
정기국회 파행의 전조는 일찌감치 예견됐다. 1987년 개헌 이후 30년 이래 가장 신속한 원 구성을 완료하면서 협치의 기대감이 잠시 흘러나왔지만 잠시 뿐이었다.
여야3당은 각각 집안 문제로 홍역을 겪었다. 제1, 2당 사이에서 '키맨' 역할이 기대됐던 국민의당은 개원과 동시에 '리베이트 의혹'으로 고개를 숙였고, 새누리당과 더민주도 각각 무소속 복당과 친인척 채용 비리 등으로 허리를 굽혔다.
곧이어 터진 '영남권 신공항 무산'은 정치권에 폭풍을 몰고 왔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 공약 파기 논란과 함께 해당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이 거셌다. 이는 곧장 정부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결정으로 불이 옮겨 붙어 지역구 의원들과 경북 성주 지역민들의 반발을 불렀지만 이 조차도 기우에 불과했다.
며칠 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처가의 부동산 의혹이 폭로됐다. 이는 소모적 정쟁의 시작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우병우 의혹' 파장은 그의 거취 논란으로 불똥이 튀어 청와대의 인사 부실 문제로 비화됐다. 하지만 청와대는 '마이웨이식' 국정 방식을 고집했다.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과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정부가 마련한 추가경정예산안은 이 같은 정쟁에 가로막혀 처리가 지연됐다. 추경 처리에 관한 여야 합의가 두 차례나 파기된 것은 물론 사상 초유의 야당 단독 인사 청문회가 개최되는 등 정기국회 개회 하루 전까지 대치국면이 계속됐다.
청문회를 앞두고는 "닥치세요", "멍텅구리" 등의 막말과 고성도 오갔다. 이를 두고 여야3당의 평행선, 청와대와의 불협화음이 빚어낸 최악의 장면이라는 비판이 흘러나왔다.
결국 여야3당은 '민생 경제 파탄'이라는 오명을 받았던 19대 국회를 답습하고 있다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입으로는 '민생경제 우선'을 외쳤지만 행동은 여소야대 국회에서 주도권잡기에 매몰된 구태 정치를 답습한 꼴이 된 것이다.
이 때문에 국회 본연의 업무인 법안 제·개정은 물꼬조차 트지 못했다. 이날(오후 2시 기준) 현재 국회에는 2058건(철회 법안 18건 포함)의 법안이 발의됐으나 통과된 법안은 단 한 건도 없다. '일하는 국회'를 강조한 20대 국회의 현주소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