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6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까지 접수된 물류 피해 신고는 119건에 달했다. 무역협회는 지난 1일 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피해를 집계하고자 '수출화물 물류애로 신고센터'를 설치했다. 5일 오전 9시까지 접수된 피해는 32건에 불과했지만 하룻밤 사이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집계된 119건의 피해금액은 4000만 달러(약 440억원)를 훨씬 넘어선다.
유형별로는 해외에서 발생한 선박억류가 41건이었고 해외 입항거부, 한진해운 선박으로 화물을 운송하고 있어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도 각각 33건이었다. 항로별로는 아시아에서 54건, 미주 50건, 유럽 44건, 중동 29건으로 손해를 입었다.
선박이 억류되면 화물을 받지 못한 바이어에게 항의를 받거나 납기 지연에 대한 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 심한 경우 신뢰 훼손을 이유로 거래가 끊길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억류된 화물을 대신해 국내에서 새 화물을 운송하자니 수출업체의 비용 부담이 커진다.
볼트형 금형공구 제조사인 T사는 해외 항만에 화물이 억류돼 바이어의 항의를 받았다. T사는 20만 달러를 들여 제품을 다시 제작·운송하기로 했다. 해당 계약금은 12만8000달러였다. 계약금보다 큰 비용을 들여 제품을 보내더라도 바이어가 물건을 받기까지는 4주 이상의 시간이 들어간다. T사는 "한진해운 법정관리에서 촉발된 물류 피해는 중소기업의 운명을 좌우할 문제로 다가온다"며 "정부의 조속한 대응을 바란다"고 밝혔다.
의료기기 제조사 S사도 유럽으로 수출할 물품이 중간 경유지인 중국 항만에 압류됐다. 계약금 52만 달러 규모의 거래였지만 항만에서 하역도 거부하고 있어 대체 선박을 이용하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회사는 바이어를 잃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항만에 억류된 화물을 꺼내더라도 문제는 발생한다. 미주 노선의 경우 화주와 운송대행 업체가 항구에 비용을 지불해 화물을 빼내고 있지만, 육상 운송 업체들이 하역된 화물 운송을 거부하고 있다. 이들은 대금을 현금으로 선지불해야 운송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무역협회는 "매월 컨테이너 한두 개를 수입하는 중소 교포기업들은 대부분 국적 선사인 한진해운을 이용한다"며 "화물 인도가 늦어지면 도산하는 회사가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납기지연이 2주 이상 이어질 경우 중소기업과 포워딩 업체 모두 자금난에 빠진다"며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운임까지 상승해 수출 경쟁력 자체가 하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중국에 진출한 종합상사들의 피해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료나 석탄을 운송하는 이들은 컨테이너선 대신 벌크선을 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