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정치 개혁'을 화두로 정치권의 '새판짜기'를 역설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마지막 주자로 나서 정치의 변화에 방점을 찍고 박근혜 대통령의 변화를 촉구했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대통령이 변하면 정치가 바뀌고, 정치가 바뀌면 국민이 행복해진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를 방증하듯 박 위원장은 연설에서 '국회'와 '대통령'을 각각 60번, 37번 언급했다. 전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제'를 67번 언급한 것과 차이가 있다.
박 위원장은 연설 서두에서 박 대통령을 향해 "눈과 귀를 닫고 있고 독선과 불통으로 분열과 갈등만 키우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리며 "국회를 무시하고 신(新) 보도지침, 언론 통제로 민주주의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민생경제·노사갈등·역사 문제·외교-남북문제 등 여러 분야의 분열과 갈등의 책임이 박 대통령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대통령의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문제를 만들어 내는 정치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가 필요하다"며 "대통령께서는 독선과 불통을 멈추십시오. 청와대의 목소리는 낮추고 국민의 절규는 크게 들어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특히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기한 문제와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언급한 그는 "20대 국회가 오직 민생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이런 문제에 대해 대통령께서 결단하셔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를 향한 쓴소리도 이어갔다. 박 위원장은 "이젠 국회를 바꾸고 정치의 새 판을 짜야 할 때"라며 "패권과 대립을 거부하는 합리적인 세력이 정치를 주도해야 국회도 일할 수 있고 국민이 행복해 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당이 앞장서 변화를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 우리 당의 문턱을 확 낮추겠다"며 "누구나 들어와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대선 플랫폼 정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선을 앞두고 중도 세력이 뭉칠 수 있는 '플랫폼' 마련에 앞장서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20대 국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검찰 개혁을 우선순위로 제시했다. 최근 법조계의 대형 비리가 잇따라 드러난 것이 검찰 개혁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박 위원장은 "검찰은 국민과 야당 수사에서는 면도칼을 들이대고 자신의 비리에는 늑장 수사, 늑장 감찰의 무딘 칼을 대고 있다"며 "묵묵히 일하는 99%의 검찰을 위해서라도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 퇴직 후 전관예우 근절 등의 과제 추진을 공언했다.
남북 관계에 대한 제언도 내놨다. 박 위원장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와 관련, "국민의당은 사드 배치 찬성의견도 존중한다. 국회의 결론도 존중하고 따를 것"이라면서도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그것이 대통령도 살리고 대통령의 창조경제도 살리는 길"이라며 "비록 실패할지라도 정상회담을 시도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외교적인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3당 중 유일하게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우병우 뇌관'을 제거해야 대통령도 성공하고 국정운영도, 국회도, 검찰도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며 "공정정치를 시작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