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관계자 1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국회철강포럼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철강협회
지난 5월 미국 상무부가 한국산 도금강판에 최대 49%의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했다. 7월에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냉연강판에 최대 58%의 반덤핑·상계관세를, 8월에는 포스코 열연강판에 57%의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했다. 중국과 인도 역시 국내산 강판에 37%, 5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한국 철강업계는 내우외환을 앓고 있다.
이런 가운데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철강산업의 생존방안을 모색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국회철강포럼은 '거세지는 보호무역주의, 철강산업이 나아갈 방향은?'이란 주제로 첫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통상마찰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철강산업의 생존방안 모색을 위해 마련됐다.
◆"중국산 저가 불량 철강재, 국민 안전까지 위협"
박명재(새누리당, 경북 포항남구·울릉) 국회철강포럼 공동대표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큰 사회문제가 됐다. 하지만 조선·해운업이 살아나려면 철강산업이 먼저 살아나 받쳐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철강 업계는 글로벌 과잉공급과 보호무역주의에 각종 규제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소비의 43%는 외산 철강인데 중국산 저질 철강으로 인해 마우나 리조트 붕괴, 삼성정밀화학 물탱크 폭발 등의 사고가 발생했다. 저질 제품이 국민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4년 체육관 붕괴 사고로 큰 충격을 줬던 마우나 리조트는 규격 미달의 중국산 불량 자재를 사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상당수 중국산 자재는 원산지 의무 표시 위반, KS 인증 미달, 편법 우회 수출 등의 문제를 갖고 있다.
중국 태강강철의 경우 품질미달로 KS 인증이 취소됐지만, 인증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KS 인증을 재취득해 국내에 품질미달의 자재를 수출하고 있다. 한국표준협회는 KS 인증의 양수도를 인정하고 있어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 의원은 "문제 해결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가 TFT를 구성해 보호무역주의를 뚫어야 한다.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와 정부의 대결"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철강제품의 고도화·다양화·고급화 등 남이 못 만드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며 "철강산업 구조조정을 자율에 맡기기 보다는 연구개발을 위한 자금 지원 등의 정부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산업통상자원부 우태희 차관은 "국내 수요 감소와 글로벌 공급과잉, 각국의 산업보호로 철강산업이 과거 어느 때보다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국산 철강은 19개 국가에서 77품목이 규제를 받고 있거나 조사를 받고 있다.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자유무역에 반하는 보호무역주의에 우리나라 주력 산업인 철강과 석유화학 등이 희생되지 않도록 FTA 강화 등의 대응책을 서둘러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금 지원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공의 적'된 한국산 철강… 각국 보호주의 주요 타깃
발제를 맡은 포스코경영연구원 이윤희 상무는 우리나라가 철강재의 주요 수출국이자 수입국이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 철강 수출국이지만, EU,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철강 수입국이다. 이 상무는 "우리나라는 주요 수입국들에 비해 수입 규제가 느슨하지만 수출에서는 집중 견제를 받고 있다"며 "10대 수출국이 모두 한국에 대한 규제를 펼치고 있는데, 정작 내수시장 수입 철강재 점유율은 41%이고 올해 중국산 철강 수입물량은 1491만t이나 되는 모순적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한국산 철강에 대해 조사 개시된 수입 규제는 19건이었으며 올해 상반기는 13건이 제기됐다. 이 상무는 "올해 하반기 제소 판정이 나오면 피해도 구체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건축물 원산지 표기제 도입 ▲수입 모니터링 제도 시행 ▲건축물 내진설계 강화 등을 대안으로 제안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은 민동준 연세대 교수를 좌장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이인호 차관보, 인천대 손기윤 교수, 산업연구원 고준성 선임연구위원, 법무법인 화우 정동원 변호사, 한국철강협회 이병우 전무의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
패널들은 "보호주의 철폐를 주장하면서 수입 규제를 강화하면 자칫 논리적 모순에 빠질 우려가 있다"며 "품질 기준 강화 등 정당한 정책적 목적을 가지는 규제로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