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한국계 외화채권 월별 발행액, 발행일 기준자료=국제금융센터, 자본시장연구원
최근 해외시장에서 국내 기업과 금융사, 공공 기관이 발행한 외화채권이 '품절남'으로 인기다. 수요예측 때마다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없어서 못 살 정도다.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과 중국 금융시장 불안,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 등으로 다른 신흥국 시장의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 경제의 차별화된 위상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8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 말 기준 한국계 해외 공모채권 발행은 147억3000만달러였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올해 전 세계 투자자를 대상으로 총 25억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를 발행했다.
25억달러는 정부를 제외한 한국계 기관이 발행한 규모로는 사상 최대로, 3년 만기 고정금리 10억 달러와 변동금리 5억 달러, 10년 만기 변동금리 10억 달러 등으로 구성됐다.
채권 발행 과정에서는 314개의 투자자가 참여해 목표의 두배가 넘는 52억 달러의 주문이 들어왔다.
수출입은행은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글로벌 투자심리가 호전된 시점을 적기에 포착해 글로벌본드 발행에 성공했다"면서 "특히 취약업종 구조조정과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이 논의되는 가운데 채권 발행으로 우리 기업에 금융을 지원할 대규모 재원을 자체적으로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 2016년 한국계 외화채권 월별 발행액
기아자동차가 7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본드 발행에 앞서 해외 기관 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수요조사에서는 100억 달러 이상의 투자금이 몰렸다.
한국가스공사도 9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외화채권)를 발행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이번 글로벌본드 발행을 발표하고 투자자 모집을 했는데 공모액 대비 4.4배에 달하는 규모가 몰려들었다"고 전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5억달러의 커버드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 채권), 미화 5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선순위 채권을 발행했다.
한국물은 해외 기관들에게 포트폴리오상 신흥국 채권으로 분류되지만 신흥국 채권들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채권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견고하다는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 퍼져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연례협의를 위해 방한한 피치 평가단 토마스 룩마커 피치 아시아태평양 국가신용등급담당 이사는 한국의 안정적인 경제성장과 견고한 대외·재정건전성 등을 장점으로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피치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올릴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피치는 2012년 9월 한국의 신용등급을 네 번째로 높은 등급인 'AA-'로 올린 뒤 약 4년간 유지하고 있다.
무디스와 S&P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상위 세번째인 각각 'Aa'와 'AA'로 매겨놨으며, 등급 전망도 '안정적'이다. S&P는 한국이 최근 수년간 선진 경제보다 견조한 성장세를 나타냈고 지난해 대외 순채권 상태로 전환되는 등 대외부문 지표가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발행사들의 숨은 노력과 경험도 한국물의 몸값을 높이는 데 적잖은 기여를 하고 있다.
국내 발행 기관들은 여러해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적절한 타이밍 및 수요 예측을 통한 최초 제시 금리(Initial guidance) 설정으로 한국물의 가산금리(Spread)를 최소화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태희 연구원은 "중앙은행, 국제기구 등 해외 우량 투자자의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한국계 외화 채권의 발행금리도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고 말했다. /김문호 기자 km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