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족'인 직장인 김진희씨(가명)는 온라인쇼핑이 취미다.
회사일을 하면서도 틈만나면 온라인 쇼핑 사이트나 소셜커머스를 헤집고 다니며 구매 욕구를 충족하는게 거의 유일한 낙이다.
그런데 택배를 받을 곳이 마땅치 않아 늘 고민이다. 평일에야 직장 때문에 집을 비울 수 밖에 없고, 다세대에 살다보니 경비실도 없어 택배를 받는 것이 여의치 않다. 회사에서 택배를 수령하는 것도 한 두번이지 동료나 상사들 눈치에 그마저도 쉽지 않다.
최근 들어 김씨같이 직장에 다니면서 혼자사는 사람들을 위해 공공장소에 무인택배함을 설치하는 지자체가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도 들리지만 김씨가 사는 지역에선 그림의 떡이다.
그래서 그녀는 조만간 무인택배함이 설치된 인근의 새 빌라로 집을 옮길 생각이다. 마음껏 '쇼핑질'을 하기 위해서다.
홀로 사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어나며 다양한 편의시설이 생기고 있는 가운데 무인택배함이 김씨와 같은 싱글족에겐 없어선 안될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현재 싱글족으로 불리는 1인가구는 520만3000가구로 전체 1911만1000가구의 27.2%나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85년 당시만해도 1인가구 비율은 전체의 6.9%에 그쳤다. 그러다 1995년에 12.7%로 늘더니 2005년에는 20%를 돌파했다.
가구수로도 66만가구(1985년)→164만가구(1995년)→317만가구(2005년) 등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1인가구 중에선 30대 청년층이 18.3%로 가장 많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얻으면서 집을 떠나 타지에서 자취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자녀들의 부양없이 홀로사는 70대 이상의 1인가구도 전체의 17.5%에 달했다.
다만 우리나라 1인가구 비율은 같은 기간 미국(28%), 영국(28.5%), 일본(32.7%)에 비해선 다소 낮은 수준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1인가구는 앞으로도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1인가구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이들의 생활패턴에 따라 무인택배시스템과 같은 상품이 곳곳에서 눈에 띄고 있다.
최근에 완공한 서울 영등포 신길동의 한 다세대주택도 입구 한쪽에 입주자들을 위한 무인택배보관함을 설치해놓고 분양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분양 관계자는 "건축법상 (무인택배함을)설치해야 허가가 난다. 입주자들 입장에선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좋을 수 밖에 없다. 혼자 사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가족단위로 사는 사람들도 낮에는 택배 등을 받기가 쉽지 않아 무인택배가 많이 활용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서울의 경우만해도 영등포구나 노원구 등에선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다가구 주택 등을 새로 지을 때 무인택배시스템과 같은 공동 택배함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일반 아파트와 같이 경비실 등이 갖춰져 있지 않은 30가구 이내의 소규모 주택 주민들에게 편의성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택배기사가 비어있는 무인택배함에 물건을 넣고 해당 입주자에게 휴대폰으로 택배함 번호와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이를 받은 입주민은 퇴근 후 해당 택배함에서 물건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하지만 자칫 물건을 분실하거나 경우에 따라 개인정보가 침해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는 모습이다.
서울 구로구에 있는 한 여성안심주택에 사는 직장인 황모씨(27)는 "집이 비어있을 때가 많아 (무인택배함을 통해)안전하게 택배를 받을 수 있고 내가 원할 때 물건을 찾을 수 있어 편리하다"면서도 "그런데 가끔은 쉽게 추정할 수 있는 '1234' 등의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택배기사들도 있어 불안하기도 하다. 좀더 꼼꼼하게 비밀번호를 정해서 알려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누군가가 나쁜 마음을 먹고 주택가 곳곳에 설치된 무인택배함에서 '1234' 등의 번호를 누르고 물건을 훔쳐갈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지자체들도 공공장소에 무인택배시스템을 갖춰놓고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의 경우 태평동, 산성동, 은행동, 상대원동 등에 10곳 이상의 무인택배보관함을 설치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기사가 보관함에 물건을 두고 가면 물건 주인은 자신의 휴대폰 번호와 택배 도착시 받은 인증번호를 이용해 찾아가는 시스템이다. 시에 따르면 보관함 이용률이 매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만큼 혼자사는 사람들이 늘고, 집에 있기도 바쁜 현대인들에게 무인택배시스템이 원하는 물건을 주고 받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1인 가구의 폭발적 증가, 온라인 쇼핑 시장의 빠른 성장으로 무인택배를 이용하는 사람들 역시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통계청의 온라인쇼핑동향에 따르면 지난 7월 현재 온라인 쇼핑 거래 규모는 5조5656억원까지 늘었다. 지난해 7월까지만해도 4조7413억원이던 시장이 1년새 8000억원이 넘게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