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서별관회의 청문회(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뉴시스
최은영 한진해운 전 회장의 조선·해운산업 청문회 출석으로 9일 열린 연석 청문회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핵심 증인이 출석한 데다 전날 '허탕 청문회'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 여야 의원들 역시 전날(8일)보다 맹렬하게 질문을 퍼부었다. 최 전 회장도 여야 맹공에 수차례 눈물을 보였지만 공세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최 전 회장은 이날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이 사재 출연 용의를 묻자 "2007년 3월부터 2014년 4월 사임할 때까지 2584일간 임직원과 함께했던 나날들을…"이라고 답변하던 도중 눈물을 흘렸고, 답변을 마친 뒤에도 감정이 복받치는 듯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이에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은 "눈물을 보였는데 후회와 회한의 눈물이냐. (아니면) 국민에 대한 사과의 눈물인가. 어떤 의미인가"를 물었고, 최 전 회장은 "둘 다 있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영국의 선주 회장에 '눈물의 편지'를 보내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을 타결지은 사례를 언급, 최 전 회장에게 "그런 노력을 했느냐"고 물었다.
같은 당 박용진 의원도 "'검토해보겠다. 생각해보겠다'하지 말고 적어도 도덕적 책임감을 느낀다면 물류대란 사태와 관련해 사재출연 등 공동책임을 분명해 해야 한다"며 "울지 마시라. 노동자와 국민은 피눈물을 흘린다"라고 말했다.
최 전 회장은 의원들의 사재 출연 요구가 지속되자 "전 경영자로서 도의적 책임을 무겁게 느끼고 있으며, 앞으로 사회에 기여할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며 "이른 시일 내에 어떤 형태로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렇게 실행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제가 집에만 있다 나와서 전문성이 많이 부족했다"며 "한진해운이 쌓아 온 영업력이나 직원들의 조직력, 글로벌 해운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아마 앞으로 한 30∼40년 걸려야 이런 회사 하나 나올 거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최 전 회장은 더민주 윤호중 의원이 '2014년에 경영권을 넘겨주고 한진해운의 지분을 전부 처분했는데 당시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정부를 입수했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반복해서 묻자 단호하게 "없다"고 답변했다.
전날에 이어 이날 역시 청문회에 모습을 드러낸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 이후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물류 대란이 발생했다는 비판이 나오자 "결과적으로 화주에 피해가 가서 사후대책 밖에 못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면 겸허히 인정하겠다"면서도 "정부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사후대책을 철저히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해선 남상태 전 사장의 연임을 결정한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 이들과의 유착 의혹이 제기된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와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의 관계가 집중 추궁의 대상이 됐다. 다만 이날 구속 수감중인 남상태·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과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 건축가 이창하 전 대우조선해양 관리총괄전무는 불출석했다.
더민주 민병두 의원은 "민 전 행장이 박 대표와 남 전 사장을 연결해주지 않았느냐"며 남 전 사장의 연임 결정 이후 민 전 행장이 박 대표, 송 전 주필과 함께 중국으로 2박 3일 골프여행을 떠난 사실을 지적했다.
강만수 전 경제부총리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사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뉴시스
민 전 행장은 이에 대해 "박 대표와 남 전 사장을 제가 연결해주지는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는 박 대표, 송 전 주필과의 골프여행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박 대표가 대우조선의 언론 관련 일을 하고 있다고 짐작은 했지만, 계약액수 등은 최근 알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