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비해 저렴한 인건비, 많은 인구, 젊은 층 다수, 한류 문화에 대한 갈망 등 베트남이 우리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곳으로 급부상하며 최근 들어 재계가 베트남 관련 행사를 잇따라 열어 협력 기회를 만들고 있다. 벤처기업협회가 지난 9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한·베트남 벤처기업포럼'에서 정준 벤처협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승호
'포스트 차이나(Post-China)' 대표 국가로 꼽히는 베트남에 한국 기업들의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베트남에서도 각종 인프라 제공, 세제혜택 등을 내걸고 우리 기업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개성공단 폐쇄, 중국의 높은 인건비 상승으로 생산공장 등 대체 투자처를 찾고 있는 기업들로선 베트남이 블루오션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 기준으로 9000만명이 넘는 세계 14위의 인구, 35세 이하 청년층이 전체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젊은 나라라는 점은 우리 기업이 현지 내수시장을 공략하기에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2013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쯔엉 떤 상 베트남 국가주석은 한국을 '사돈의 나라'로 비유하며 친근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많은 베트남 여성들이 한국으로 시집을 와 인척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변 강대국으로부터의 침략, 한류 문화에 대한 갈증 등 우리와 역사·문화적으로 이질감이 없다는 것도 베트남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기업들에겐 호의적인 요소다.
◆베트남 알고 투자…재계, 관련 행사 곳곳서
11일 재계에 따르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8일 삼성전자, LG전자 등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주요 기업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애로를 청취했다. 이달 말 예정된 한·베트남 경제공동위원회를 앞두고 기업들의 요구사항을 우리 정부를 통해 베트남측에 전달하기 위해서다.
베트남과 한국은 1992년 수교를 맺었다. 내년에 25주년을 맞는다. 수교 이후엔 LG, 포스코, 대우 등 대기업들의 베트남 투자가 봇물을 이뤘다. 그러다 2000년도 이후엔 섬유, 봉제의류, 신발, 가발 등 주로 인력에 의존한 임가공 투자가 증가했다. 베트남과 미국이 무역협정을 맺으면서 베트남에서 제품을 생산에 미국에 팔려는 중소기업들의 현지 진출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까지는 세계 경제 호황기를 맞아 철강, 조선, 부동산 개발 등 대형 프로젝트 투자도 이어졌다.
그러다 최근 2~3년 사이엔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투자를 늘리며 재도약기를 맞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현재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460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경련 관계자는 "물가상승률에 비해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다보니 베트남에 진출한 많은 기업들이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면서 "주재원들의 경우 월급을 받아 한국에 세금을 내는데도 베트남 정부가 이들에게 세금을 추가로 물리려는 움직임이 있어 이를 해결해달라는 건의도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 베트남은 최저임금 인상률이 전년 대비 2014년 14.9%, 2015년 14.8%, 올해 12.4% 등 최근 3년새 42.1%나 올랐다.
베트남 호치민시 인근에서 봉재공장 책임자로 근무하는 한 주재원은 "지난해 대비 올해 현지인 근로자들의 기본급이 11% 가량 올랐다. 하지만 보험 등을 포함하면 1년새 30% 가량 오른 것으로 보인다. 회사 입장에선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베트남 정부는 내년 최저임금도 평균 7.3% 올리기로 최근 결정한 바 있다. 가장 낮은 1지역은 7.14%(25만동), 가장 높은 4지역은 7.5%(18만동) 각각 오를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베트남의 경우 초대졸자 초임은 약 500만동(약 25만원) 정도로 중국의 약 5000위안(약 82만원)에 비하면 3분의 1수준으로 낮다.
벤처기업협회는 지난 9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한·베트남 벤처기업포럼을 열고 양국 벤처기업간 교류의 장을 만들었다. 특히 이날 자리에는 띤라탕(Dinh La Thang) 호치민 당서기가 참석해 투자를 독려하기도 했다.
정준 벤처기업협회장은 "베트남 속담에 '배고플 때 한 숟가락은 배부를 때 한 그릇과 같다'는 말이 있듯이 남을 도와줄 때 정말 그 사람이 필요로 하는 시점에 도와주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양국 벤처기업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내딛는 최적의 시기이자 첫걸음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레반과(Le Van Khoa) 호치민시 부시장은 "베트남은 한국의 가장 큰 투자국으로 지난해 FTA(자유무역협정)가 발효된 이후 양국간 경제협력에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호치민에도 교통분야, 환경분야 등에서 (한국기업들이)많이 진출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와 별도로 지난 7일 우리 정부는 베트남과 지하철, 철도, 에너지 분야 등에서 협력을 강화키로 뜻을 모으기도 했다.
◆베트남서도 韓 투자 독려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2층 릴리홀. 우리 기업들이 주로 베트남 북쪽 하노이와 남쪽 호치민에 집중된 가운데 중부권에 있는 후에성, 꽝남성 투자 설명회에 100여 명이 넘는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모였다. 후에성과 꽝남성은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다낭을 사이에 두고 각각 북쪽과 남쪽에 있는 지역이다. 후에성 인민위원회 투자촉진처, 꽝남성 주라이 자유경제구역 관계자가 참석해 중소기업들에게 다양한 제도적 혜택을 제시하며 투자에 나서 줄 것을 적극 호소했다.
주라이 자유경제구역 미스터 안 공단관리부사장은 "베트남 최초의 임해경제구역인 주라이경제구역은 다낭과 주라이 공항이 가깝고 3개의 항구를 끼고 있다"면서 "100% 외투법인, 또는 합작법인 등 투자가 가능하고 15년간 법인세 10%를 적용하는 등 베트남서 최고의 우대혜택을 제공할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송재희 중기중앙회 부회장은 "개성공단이 폐쇄된 후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곳이 바로 베트남"이라면서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모두가 만족하고 있는 곳이 또 베트남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베트남은 우리나라 입장에선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4위의 교역국이자 1위의 투자국으로 부상했다. 또 지난해 기준으로 베트남을 방문한 한국인만 약 115만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