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한 지난 9일 밤, 박근혜 대통령이 조기 귀국해 청와대에서 열린 안보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청와대
7박8일간의 순방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 핵 문제 해결과 대(對) 국회 관계 회복을 통한 레임덕 방지라는 과제에 직면했다. 박 대통령은 순방기간 중 4강과 연쇄 회담을 통해 북한 문제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구하는 외교를 펼쳤지만 순방 마지막 날인 9일 오전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조기 귀국길에 오르면서 순방 막바지에 과제를 맞닥뜨리게 됐다.
박 대통령은 경제와 안보의 이중 위기가 계속되는 만큼 초당적 협력 당부를 위한 여야 회담을 추진하는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정치권 복수의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이 여야3당 대표에게 '12일 청와대 회담'을 제안했고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이를 수용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소야대 국회가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 논란으로 대립각이 여전한 탓에 청와대와 국회의 초당적 협력에 대한 시각은 회의적이다. 노동개혁 법안이나 규제프리존특별법 등 민생 경제와 관련된 법안은 논의 테이블에서 멀어진지 한참이다.
박 대통령이 순방 중 전자결재로 임명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에 대한 문제도 지뢰다. 야3당은 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추석 연휴 전 제출하기로 방침을 정한 상황이다. 해임건의안이 국회 표결을 거쳐 통과된다면 임명권자인 박 대통령과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한 우 수석도 화살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북한의 5차 핵실험 도발과 관련해선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북한을 규탄하고 있어 정쟁이 잠시 휴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야는 실제 북한의 핵 도발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 핵실험을 규탄하는 국회의 뜻을 결의안으로 채택하기로 했다.
문제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다. 북한의 거듭된 핵실험으로 국가안보가 중대 고비를 맞은 만큼 북핵 문제와 관련된 해법이 이번 청와대 회동에서 중요 의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회동에서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을 비웃듯이 핵실험을 강행한 김정은 정권의 무모함과 예측 불가능성을 강조하는 한편, 엄중한 안보상황 하에서 정치권의 초당적인 협조와 국민의 단합을 당부할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와 뜻을 같이하는 새누리당과 달리 더민주 추 대표와 박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각각 사드 반대 의견과 국회 비준 동의 필요성을 재차 피력했다.
국제 사회 갈등도 해소해야하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러시아·중국·미국·일본과의 연쇄 회담에서 북핵 공조는 재확인했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선 사드 배치 공조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사드 배치 절차를 가속화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의 북핵 공조가 한순간에 무너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얘기다.
특히 정부가 이르면 추석 연휴 뒤 경북 성주 내 롯데골프장을 사드 제3후보지로 발표할 가능성도 있어 국내에선 인근 주민 반발, 국외에선 중·러의 반대 수준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당면 과제 해결 과정에 따라 박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 여부도 가려질 전망이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4·13 총선 이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다가 북핵 외교 순방 이후 소폭 상승했다.
새누리당도 예비 당권 주자들이 정권 재창출을 위해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임기 말 국정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북핵 문제 해결과 지지율 하락, 당청 균열에 따른 레임덕 방지가 박 대통령에게 시급은 과제로 남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