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원 전 KB국민은행장이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의 부실을 알고도 투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투자와 관련해 강정원(66) 전 KB국민은행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이 단체는 "2008년 강 전 행장이 BCC의 신용등급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고가에 인수해 국민은행에 1조원의 손해를 끼쳤다"면서 "또 2007년 당시 BCC에 대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신용등급이 정크본드 수준인 'Ba1'이었다는 새 증거가 나왔다. 강 전 행장이 BCC에 투자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검찰 재수사를 촉구했다.
윤종규 회장 취임 후 빠르게 안정을 찾던 KB금융은 이번 사태의 불똥이 튈까 걱정하고 있다.
◆다시 불거진 BBC 투자
BCC는 금융권에서 최악의 해외투자 사례로 꼽힌다. 국민은행 입장에서도 말하고 싶지 않은 '애물단지'다.
2007년 말 강정원 당시 국민은행장은 카자흐스탄의 높은 경제성장률 등을 보고 카자흐스탄 내 6위 은행이었던 BCC를 인수하기로 결심한다. 이어 국민은행은 2008년 8월 BCC 지분 41.9%를 9392억원에 사들였다. 하지만 그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BCC 주가가 하락하고 현지 부동산경기 침체 등으로 대출 자산이 줄줄이 부실화돼 BCC는 2010년 244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강 전 행장은 BCC 관련 손실 책임으로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고 2010년 자리에서 물러났다.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은 2014년 3월 강 전 행장 등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검찰은 고의성을 입증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강 전 행장이 KB금융지주 회장직을 맡기 위해 2009년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 대표에게 금융감독원 로비 명목으로 회삿돈 5억원을 건넸다는 의혹이 있다면서 박씨와의 공모 여부를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대우조선 경영 비리를 수사하는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김기동 단장)은 박씨가 금감원 감사에 도움을 주겠다면서 홍보 용역비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아간 것으로 알려진 것과 관련, 강 전 행장을 최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BCC 지분인수 왜 문제인가
2010년 8월 금감원은 강 전 행장이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지분 매입 과정에서 4000억원, 커버드본드(우량자산담보채권) 발행과정에서 1300억원의 손실을 일으킨 점 등을 중징계 결정의 이유로 밝혔다.
강 전 행장은 당시 제재심의위원회 회의장에 나타나진 않았으나 대리인을 출석시켜 손실이 발생했다는 결과만 놓고 합리적 경영판단을 중징계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지만, 금감원은 이사회 보고 왜곡, 관련절차 위반 등 경영판단 이상의 잘못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제재심의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감원은 "강 전 행장이 BCC에 대한 외부자문사의 자문결과 가운데 낙관적 재무추정치에 근거한 고가의 매입가격만 보고하고 저가의 매입가격은 보고하지 않았다"며 "왜곡된 자료를 이사회에 보고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1300억원대의 손실을 놓고도 설전이 벌어졌다.
강 전 행장측은 "외부 전문가 자문 및 감독당국과 긴밀한 협의를 거쳐 진행했다"며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 전액 달러 조달보다는 해외에서 외화채권 발행 성공이 더 중요했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이에 "원화를 조달하려면 굳이 금리가 높은 커버드본드가 아니라 은행채 발행으로도 가능했다"며 "외화조달을 위한 관련 준비가 부족했다면 나머지 5억5천만달러에 대해서는 발행을 중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