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인과 은퇴자의 생존 미션 비교자료=미래에셋은퇴연구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무색케 올 추석을 앞둔 투자자들의 마음은 그다지 풍요롭지 못하다.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얇아진 상여금 봉투에다 미국의 금리인상 걱정과 정부의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주식 채권 등 재테크도 신통치 않아서다.
그리운 고향집에서 가족 친지와 둘러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와중에도 빠지지 않는 화두는 재테크다.
재테크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100세 시대를 맞아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부모님, 사회 초년병으로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동생, 명절 용돈 받을 생각에 들뜬 조카들에 추천할만 한 상품은 어떤게 있을까.
◆ 국민 재테크 ELS는 어떨까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전국 373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6년 추석 연휴 및 상여금 실태조사'에 따르면 추석 상여금을 지급할 계획이 있는 기업은 70.8%로 전년(75.6%)보다 4.8%포인트 감소했다. 올해 상여금은 지난해보다 3만원(3%) 증가한 104만4000원으로 조사됐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300인 이상 기업은 상여금 121만5000원, 300인 미만 기업은 상여금 99만4000원을 각각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수익을 노리고 어딘가에 투자하기에는 충분치 않은 액수다.
그렇다고 재테크에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은행에 넣어봤자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여부가 불투명하고, 세계 경기 회복에 대한 우려 등이 여전히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시중금리+알파(α)'에 만족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국민 재테크 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이 대표적이다. 잘 만 고르면 꽤 괜찮은 수익을 낼 수 있다.
ELS는 특정 종목이나 주가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만들어지는 금융 상품이다. 주가(지수)가 하락해도 일정 범위 안에서만 움직이면 연 4~8% 안팎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리자드(lizard·도마뱀), 세이프티가드(safety guard), 스피디엑시트(speedy exit) 등과 같이 원금 보장 확률을 높인 상품도 있다.
중위험·중수익 상품인 메자닌(Mezzanine)도 눈에 간다. 메자닌은 건물 1층과 2층 사이의 라운지 공간을 뜻하는 이탈리아어인데, 신주인수권부사채(BW)나 전환사채(CB) 처럼 주식과 채권의 특성을 동시에 지닌 금융상품을 가리킨다. 최근엔 공모형도 늘어 접근성도 커졌다.
이 외에도 공모주 물량의 10%를 우선 배정받는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 배당주와 배당주 펀드, 달러자산 투자 펀드 등도 생각해 볼만 하다.
◆ 연금저축·IRP로 노후 대비
추석 상여금 등 목돈은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어디에 썼는지도 모르게 사라져 버린다.
시장 전문가들은 전략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30대 이상 근로자라면 연말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연금저축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추천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 김혜령 수석연구원은 "은퇴 후 생활비 마련을 위해서는 연금자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방법이 필요하다. 공적연금 뿐만 아니라 시중의 다양한 연금상품을 조합하여 연금 포트폴리오를 마련해야 하는데, 이 때 연금 전환율을 활용하면 서로 다른 연금을 비교 및 대체해 보다 체계적으로 연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연금저축은 가입 대상이나 연령에 별도의 제한이 없다. 직장인과 자영업자는 물론 미성년자와 가정주부도 본인 명의의 계좌를 만들면 운영 단계에서의 과세 이연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세액공제 대상 연금저축계좌의 공제 한도가 7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3325 전략'이 유행이라고 한다. 매월 연금저축에 33만 원, 대표적 퇴직연금인 IRP에 25만 원씩 넣어 700만원을 채우는 전략이다.
개인퇴직연금(IRP) 계좌에 넣는 것도 방법이다.
연금저축은 운용하는 금융기관에 따라 보험, 신탁, 펀드로 나뉜다. 보험은 공시이율로 운용되고, 신탁은 주로 채권으로 운용되는데, 가입자가 투자 대상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다. 이에 비해 연금저축펀드는 단일 계좌에 다양한 펀드를 갖추고 있어 투자자가 원하는 펀드를 골라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펀드만 선택할 수 있지 보험이나 예금상품을 고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에 비해 IRP는 하나의 계좌 내에 펀드, 보험, 예금, ELS 등 다양한 상품을 갖추고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IRP와 연금저축은 합산해 연간 총 1800만원까지 납입이 가능하다(이 중 IRP 납입액 한도는 1200만원까지로 제한된다). 하지만 적립 단계에서의 세액공제나 과세 이연 혜택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55세 이전에 자녀의 학자금이나 결혼자금 등 급하게 목돈이 필요한 일이 생길 수 있는 만큼 각 상품의 '인출' 규정도 미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연금저축은 적립금을 자유롭게 인출할 수 있는 반면, IRP는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이나 질병 등 법정 사유를 제외하고는 중도·부분 인출이 허용되지 않는다.
아직 투자 목적이 정해지지 않았다면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은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넣어두고 시장을 관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추석 이후 연말까지의 투자시장에서 지켜봐야 할 변수로는 미국의 9월 금리 인상 가능성, 4분기(10∼12월) 중국의 경기 위축 가능성, 정부의 경기 부양 효과 여부, 환율 추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