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각 사 사업보고서 및 공시, 하이투자증권삼성그룹 지배구조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 본게임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과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상속세 재원으로 여겨지던 삼성SDS 지분 일부를 과감하게 정리한 데다 전자 및 금융계열사 간 연결고리가 하나 둘씩 끊어진 만큼 향후 지분승계 및 지배구조 개편에서도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경영 전면에 나서기로 해 그 속도는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삼성이 금융지주회사 등을 통해 계열사 간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개될 예측 시나리오도 다양하다.
◆ 삼성생명 앞세운 중간금융지주 현실적
첫발은 이미 뗐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해 만든 통합삼성물산이 그 출발점이다. 증권가는 두 회사의 합병이 3세 승계와 지주회사로 가기 위한 본격적인 그림 그리기가 시작됐다고 본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활용할 계획을 공개, 후속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
시장의 관심은 시나리오가 어떻게 전개 되느냐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카드가 오는 11월30일까지 전체 주식의 5%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취득하기로 해 배경에 주목한다.
삼성카드는 지난달 31일 이사회를 열어 579만주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날 종가(4만3800원) 기준으로 2536억원 규모이며, 전체의 약 5% 지분에 해당한다. 1일 매수 한도는 57만9000주다.
삼성카드 대주주는 지분 71.86%를 보유한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은 지난 1월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카드 주식 4339만주(37.45%)를 매입하며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시장에서는 삼성생명이 자본 확충을 위해 삼성카드를 분할합병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분할합병은 삼성카드를 사업회사(영업부문)와 투자회사(자본보유)로 분할해 사업회사는 지금처럼 그대로 카드사업을 지속하고 삼성생명이 투자회사를 합병해 자본을 충원하는 방식이다. 삼성카드는 3조9000억원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오진원 연구원은 "삼성카드의 유휴자본을 활용하는 방법은 ▲인적분할후 현금을 지닌 홀딩스 합병 방식, ▲자사주 취득후 유상감자, ▲대규모 특별배당으로 요약된다"면서 "이번 자사주 취득 이후에도 추가적인 자사주 취득 가능성 커질 전망이다"고 말했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기업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려면 상장 금융자회사 주식을 30% 이상, 비상장사 주식은 50% 이상 보유하는 동시에 모든 자회사의 최대주주가 돼야 한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가가 그룹을 이끄는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로 모아진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홀딩스의 합병으로 최종 삼성그룹의 지주가 설립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투자증권 윤태호 연구원은 "삼성물산이 지주가 되면 자동적으로 삼성전자 사업회사의 최대주주는 삼성생명에서 삼성물산(+전자홀딩스)으로 변경된다. 따라서 금융지주 설립과 물산의 지주 전환이 순차적으로 이뤄지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최다 출자자로서의 부담을 덜어내게 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율이 높은 삼성SDS도 어떤 식으로든 활용될 수 있다. 삼성SDS는 현재 물류 부문과 IT 서비스 부문의 분할을 추진 중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로 1단계 삼성생명 중심의 금융지주회사 체제 구축, 2단계 삼성전자 중심의 일반지주회사 체제 구축, 3단계 중간금융지주회사가 허용되면 두 개의 지주회사를 하나의 최종 지주회사로 구축하는 3단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중 금융지주사 설립에는 두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삼성물산을 분할해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한 투자 부문을 금융지주사(물산금융지주)로 만드는 것이고, 또 하나는 삼성생명을 분할해 삼성생명을 생명지주회사와 생명사업자회사로 만드는 것이다.
◆사업구조 개편으로 경영효율화에 집중할 듯
시장의 예상대로라면 삼성이 주주친화정책과 경영 효율화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지난 2013년부터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양대 축으로 하는 전자계열사와 금융계열사의 수직계열화를 진행해 왔다. 이 과정에서 양 계열사 간에 얽힌 지분을 정리하는 데 주력했다.
삼성그룹은 2014년 11월 한화에게 방위산업·화학 부문을 매각하는 '빅딜'을 시작으로 2015년 10월에는 화학 부문을 추가로 롯데에 팔았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주축으로한 전자 및 금융 부문외 사업 부문의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제일기획, 삼성카드, 삼성증권, 삼성물산 건설부문 등 여러 계열사가 입소문에 오르 내리고 있다.
이들 두고 증권가 안팎에서 삼성생명을 중간금융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한 사전 준비작업으로 해석한다.
하나금융투자 오진원 연구원은 "삼성그룹에 있어 자사주의 의결권 부활을 제한하는 상법, 자산운용 한도상 시가적용을 강제하는 보험업법, 재단의 의결권 행사를 막는 공정거래법 등이 중요하다"면서 "이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되지 않더라도 2017년 후반 대선 일정이 대기하고 있고 2018년 보험업종 지급여력비율(RBC) 규제 강화 등을 고려시 삼성생명 보유 전자 지분 매각은 불가피한 이슈이다"고 분석했다.
하이투자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및 지배구조 변환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로 하는 것은 이 부회장 등이 향후 삼성그룹을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자질을 입증하는 것으로 경영능력에 대한 신뢰성을 증가시켜야 한다"면서 "경영능력에 대한 신뢰성은 실적 신성장동력 사업, 사업부문 재편 등을 통해 결정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최근 행보도 그룹의 기초체력을 다지는데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