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arte/백영옥 지음
"내일은, 아직 아무것도 실패하지 않은 하루라고 생각하면 기쁘지 않아요?" 빨강머리 앤의 말이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고전 '그린 게이블의 앤'을 원작으로 1979년 일본 후지TV가 제작한 '빨강머리 앤'은 1980~1990년대 유년기를 보낸 한국독자들에게도 잊지 못할 추억의 작품이다.
해당 작품은 고아원에서 나고 자란 빨강머리 앤이 프린스 에드워드 섬에 살게 된 이후 벌어지는 동네의 사건사고를 엮은 것이다. 긍정과 엉뚱함으로 중무장한 앤은 친구인 다이애나에게 포도주를 포도 주스로 착각해서 먹이고, 자신을 홍당무라고 놀리는 길버트의 머리를 석판으로 내리치는 등 다양한 사고를 치고 다닌다. '빨강머리 앤'은 끊이지 않는 실수와 시도의 이야기인 동시에 감동과 기쁨의 이야기다. 철없는 소녀가 현명한 어른으로 자라는 성장기를 보며 독자들도 함께 성장했을 것이다.
매 에피소드마다 주옥같은 명언을 내뱉는 빨강머리 앤. 당시에는 몰랐지만, 어른이 되고나니 더 와닿는 명언들을 저자는 노트에 빼곡하게 적었다.
백영옥의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은 기억 속 빨강머리 앤이 했던 사랑스러운 말들을 다시 불러와 지금의 삶에서 함께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나눌 수 있는 이갸기들을 채워간 책이다.
작가가 신춘문예에 10년 내내 낙방했던 실패담, 첫사랑과의 이별,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 과도한 욕망 때문에 더 소중한 것을 잃어보고 나서야 깨달았던 것들을 꺼내 보여주며 이제는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이기는 것보다는 지지 않는 것의 의미를 제대로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앤이 건네는 긍정의 에너지를 느끼며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오늘, 지금 이 순간 기회 앞에서 주저앉지 않도록 행복을 아낌없이 누리는 법을 생각하자고 제안하는 책이다.
책에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빨강머리 앤' 삽화를 곳곳에 수록해 독자의 보는 재미를 더했다.
저자 백영옥은 2006년 단편소설 '고양이 샨티'로 문학동네 신인상을, 첫 장편소설 '스타일'로 제4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마놀로 블라닉 신고 산책하기'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등의 에세이를 썼다. 소설집으로는 '아주 보통의 연애'가 있다. 현재 tvN '비밀독서단' MBC 라이도 '푸른 밤, 종현입니다'에 게스트로 출연, 탐독가로서 좋은 책을 소개하고 낭독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336쪽,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