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은 18일 역대 최강 규모의 지진으로 피해를 본 경상북도 경주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추석 연휴 직전(12일) 발생한 규모 5.8의 경북 경주 강진이 지난 1978년 국내에서 계기 지진을 관측한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인 만큼,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날 국회에서 '9·12 지진 관련 당정 협의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한 뒤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농림축산식품부·국토교통부·미래창조과학부·문화재청·국민안전처 등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합동 지진 피해 조사를 실시키로 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이 자리에서 "현지 조사를 벌여 요건이 충족된다면 최대한 빨리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정부 측에 공식 요청했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59조와 제60조에 따르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으로부터 특별재난지역의 선포를 건의받은 대통령은 해당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경주의 특별재난지역 지정은 피해액이 75억원을 넘어야만 가능하다. 이를 밑돌 경우 일부 국고지원만 할 수 있다. 현재 국민안전처는 경주 지진과 관련해 '특별교부세 27억원'을 지원키로 한 상태다.
이성호 국민안전처 차관은 당정 협의회에서 "신속하게 조사를 완료해서 요건이 충족되면 (특별재난지역) 선포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경주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한다면, 지진 관련 첫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거듭 경주의 특별재난구역 선포 지정을 촉구하며 "현지 주민들의 생활 안정을 위한 재난지원금은 피해 조사가 끝나기 전에 우선으로 내려보내는 게 필요하다"면서 "농림축산식품부의 저수지 대책, 미래창조과학부의 교통체계 대책 등 정부의 합동조사도 한번 해달라"고 요청했다.
경주가 지역구인 김석기 새누리당 의원은 "경주 전체 피해 신고 4100여 건 중 기와 피해가 2100건"이라며 "70% 정도의 기와지붕 교체 금액 지원은 물론, 경주시 전체 건축물에 대한 안전 진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이날 당정 협의회에서 '경주 지진' 대신 '9·12 지진'이란 표현을 쓰면서 '네이밍'(naming·이름 붙이기)을 통한 안전 경각심 고취에 나서기로 했다. 추석 연휴 때 경주를 방문했던 이 대표는 "'9·12 지진'이라고 한다면, 특정 지역이 아니라 온 국민의 관심을 모을 수 있어 대책을 함께 세울 수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한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경주 강진이 발생한 뒤 국내 원자력발전소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점검한 결과 현재까지 안전 관련 설비에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원자력안전위에 따르면 경주 강진 뒤 월성 1~4호기는 정밀점검을 위해 수동정지했으며 고리2, 신고리2·3, 한빛2호기는 정비를 받고 있다. 현재 이들을 제외한 17기가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원자력안전위는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 내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를 점검한 결과 안전성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이상이 없음에도 산업통상자원부는 경주 인근 월성·고리 본부 원전에 대해 내년 말까지 '스트레스 테스트'(잠재적 취약성을 측정해 안정성을 평가하는 것)를 시행키로 했다. 산업부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한국전력 남서울지역본부에서 주형환 장관 주재로 지진 후속조치 점검회의를 열고 국내 모든 원전을 대상으로 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2019년 말에서 2018년 말로 1년 단축하고 지진 발생 지역 인근에 대해서는 2017년 말까지 완료한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또 19일부터 21일까지 울산 석유화학단지 내 위험물 저장소·유해화학물질취급시설 978개소를 대상으로 안전진단을 시행할 방침이다.
주형환 장관은 "우리나라가 더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전제 아래 에너지와 주요 산업시설의 지진 방재 대책을 전면 재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내진성능 보강, 성능개선 투자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국내외 전문가 의견과 해외사례 분석 등을 모아 '에너지시설 내진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