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58)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의 머릿속에는 늘 고객이 있다. 그는 단순히 이윤만을 추구하는 회사를 원치 않는다. 인수합병(M&A)를 통해 덩치를 키우는 것도, 새로운 투자처 발굴을 위해 해외에서 더 많은 시간은 보내는 것도 다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에서 나온 것이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 각지의 우량한 투자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겠다. 보다 많은 고객이 부자가 되도록 하겠다"
지난해 12월 28일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 인수협상자로 선정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 박 회장이 한 말 중 한 대목이다. 그는 눈빛을 반짝이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승부사'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통하는 박 회장의 공언(公言)은 공언(空言) 아니었다.
19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프라임 오피스 빌딩 4개 동에 투자하는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공모펀드'를 3000억원 한도로 모집키로 했다. 국내 금융회사가 미국 부동산을 인수한 뒤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공모펀드를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이상품은 이날부터 28일까지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대우, 미래에셋생명 영업점에서 가입할 수 있다.
만기는 설정일로부터 7년 6개월이고 중도 환매할 수 없는 폐쇄형 구조다.
그러나 투자자에게 환금성과 유동성을 제공하기 위해 설정 이후 90일 이내에 한국거래소에 상장할 예정이다.
투자대상 건물 전체를 북미 최대 손해보험사인 스테이트팜이 본사 건물로 20년 이상 장기임차하기로 계약해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스테이트팜은 100여년 역사의 북미 최대 손해보험사다.
2015년 포춘 500(Fortune500) 기업 중 35위, 글로벌 500 기업 중 127위에 오른 세계적인 기업으로, 글로벌 신용평가사 S&P(Standard & Poors)는 더블에이(AA) 신용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환헤지 상품이 아니어서 수익은 달러화 가치에 연동된다.
이 때문에 부동산 매각 시 환율 변동에 따라 손익이 달라질 수 있다.
분배금은 내년 6월 말부터 반기마다 지급될 예정이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첨병 역할을 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저금리·저성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9조원이 넘는 대체투자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2004년 국내 최초 부동산 펀드를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국내 오피스빌딩 투자를 주도하는 한편 해외 부동산 투자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2006년 중국 상하이 미래에셋타워를 시작으로 최근 미국 내 랜드마크 호텔을 성공적으로 인수하는 등 해외 우량 자산 투자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투자 자산에 있어서도 오피스빌딩에서부터 국내외 호텔, 물류센터 등으로 다각화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부동산부문 최창훈 사장은 "이번 공모 부동산펀드 출시는 일반 투자자들도 쉽게 해외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미래에셋은 우량자산을 발굴해 저금리시대에 효과적인 투자상품을 투자자들에게 제공하겠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자산배분을 통해 국민들의 평안한 노후 준비에도 기여하겠다는 것이 박현주 회장의 경영 철학이다. 평안한 노후를 위해서는 부동산에서 금융자산으로, 국내자산 일변도에서 벗어나 글로벌 자산배분을 통해 다양하고 안정된 투자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강한 소신도 갖고 있다.
"한국에서 삼성전자 같은 금융회사가 나오려면 고(故) 이병철·정주영 회장처럼 불가능한 꿈을 꿔야 한다. 한국 금융산업과 자본시장 DNA를 바꿔 보겠다" "국민이 행복과 함께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박 회장. 그가 보여줄 또 다른 파괴적 혁신 전략과 상품에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김문호기자 kmh@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