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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끊긴 한국 게임-1] 막다른 길 몰린 한국 게임산업

국내 게임시장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미래형 FPS 게임 '오버워치'와 라이엇 게임즈의 온라인 배틀 아레나 '리그 오브 레전드'가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사진은 오버워치의 한국인 캐릭터 송하나.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게임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 누구나 알 법한 글로벌 회사를 인수하겠다."

2012년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지스타에서 한 발언이다. 여기서 누구나 알 법한 글로벌 회사는 세계 2위의 게임 개발·유통 기업인 일렉트로닉아츠(EA)였다. 당시 인수합병은 EA의 창업자 출신 이사가 반대해 불발됐지만, 세계 시장에서 우뚝 선 한국 게임업계의 위상을 알려주기에 충분했다.

4년여가 지난 지금 한국 게임업계는 당시와 비교해 어떤 모습일까. 해외 시장 진출에서 활발한 성과를 거두는 모습도,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하는 모습도 찾기 어렵다. 영국의 게임전문 매거진 'Develop'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게임 개발사 톱10에 이름을 올린 한국 업체도 스마일게이트(7위) 한 곳에 불과했다. 한 때 세계를 호령했지만 이제는 외산 게임에 치이고 국내 정부 규제에 발목이 잡힌 한국 게임 산업의 현황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해외 게임업체들의 약진으로 국내 시장까지 뺏긴 국내 게임업계의 표정이 어둡기만 하다.

초·중·고·대학생들의 여름방학은 게임업계의 연중 최대 성수기다. 이 기간 업계는 이용자들의 발길을 잡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고 대형 업데이트를 시행한다. 이번 여름방학도 PC방 총 사용시간이 증가했지만 그 수혜는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오버워치'와 라이엇 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가 가져갔다.

18일 게임전문 리서치 업체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8월 PC방 점유율 1~20위 게임들의 총 사용시간은 586만7583시간이다. 이 업체에 따르면 올해 여름방학 PC방 총 사용시간은 전년 동기 대비 13% 가량 증가했다. 총 사용시간의 55% 가량은 두 게임이 차지했다. 지난 5월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에서 출시한 미래형 FPS 게임 오버워치는 6월 3주 이후 줄곧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위 역시 오버워치 등장 전까지 204주 동안 1위 자리를 차지했던 라이엇 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롤·LoL)였다. 오버워치와 리그 오브 레전드는 각 200만3352시간, 162만318시간 사용돼 점유율 30.48%와 24.65%를 올렸다. 3위 역시 점유율 6.83%를 지키고 있는 EA스포츠의 '피파온라인3'가 랭크됐다. 1~3위를 차지한 외산 게임들의 점유율은 전체 PC방 점유율의 60%를 꾸준히 넘기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게임계는 2013년 -0.3%의 역성장을 기록했고 2014년에도 2.6% 성장하는데 그쳤다. 특히 국내 게임계에서 주축을 차지하던 온라인 게임은 2013년 -19.6%라는 충격적인 역성장을 보였다. 2014년 성장률도 1.7%에 머물렀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게임관련 회사 수는 2009년 3만개에서 2014년 1만4000개로, 같은 기간 업계종사자도 9만2000명에서 8만7000명으로 감소했다.

게임전문 리서치 업체 게임트릭스의 8월 종합 게임 순위에서 1~3위는 외산 게임이 차지했다 /게임트릭스



게임업계는 한국 게임산업의 침체 원인으로 정부 규제를 꼽는다. 게임업체가 모인 판교에 근무하는 업계 종사자 A씨는 "얼마 벌지도 못 하는 K-pop 홍보할 시간에 게임이나 키우라"고 분노를 터뜨렸다. 지난해 게임 산업의 수출액은 32억 달러(3조8128억원)로 전체 콘텐츠 산업 수출액의 55.3%를 차지했다. 그는 "과거 게임회사 직원은 부러움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사회악으로 취급 받는다"며 "셧다운제를 도입하고 '게임에 대한 성전(聖戰)'을 발표하는 등 정부의 적대적 규제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정부의 게임규제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게임 접속을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차단하는 '강제적 셧다운제' ▲만 18세 미만 청소년 본인 또는 친권자가 요청하면 설정된 시간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선택적 셧다운제' ▲게임아이템 결제한도를 제한한 '웹보드 게임규제' 등이다.

학생들의 일일 게임 접속 시간을 4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쿨링오프제', 셧다운제를 모바일 게임에 확대 적용하는 '모바일 셧다운제', 게임업계 매출 1%를 징수하는 '게임중독 치유지원기금 조성' 등도 도입 논의가 이뤄지는 규제들이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에는 게임업계도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한 게임 개발자는 "게임이 재미없다는 것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냐"며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야 사람들이 할 텐데 고급 인력부터 예산과 시간까지 모든 것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개발자 의지와 무관한 과금 요소가 추가되며 게임 자체를 망쳐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대다수 게임회사가 주식회사인 이상, 경영에 있어 시간과 자금 압박을 받는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이용자들의 수준 향상에 기업들이 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인터넷이 보급되고 해외 게임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며 플레이어의 눈높이가 올라갔다"며 "하지만 국내 회사는 덜 준비된 게임을 먼저 출시하고 업데이트를 하거나 과거의 과금 방식을 그대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들은 항상 많은 게임을 내부에서 개발하고 있는데 출시를 결정하는 기준이 현재의 플레이어가 아닌 과거 시대 임직원에 맞춰지지 않았나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빠른 속도감을 가지고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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