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04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늙은 국가가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은 몇 년째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이 약 50%로, 압도적 1위다. 2명 중 1명이 빈곤층이란 말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반퇴 시대'와 함께라는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고착화된 저금리 기조는 언제 끝날지 모른다.
저금리와 고령화의 파고는 한국 경제·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수요감소와 장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소비가 감소하면 경제 전반의 동력이 약화되고 사회 분위기도 암울해진다.
투자자의 재산 불리기도 미래의 삶에 맞춰져 있다. 20년 이상을 바라보고 투자하는 라이프사이클 펀드 설정액이 1조3000억원을 돌파한 데서 이를 잘 알 수 있다. 장기적 관점을 가진 펀드 투자자가 점차 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19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라이프사이클(life-cycle) 펀드 59개로 총 1160억원이 순유입됐다. 전체 설정액도 1조3324억원으로 불어났다.
연초 이후 수익률이 -2.40%라는 점을 생각하면 의외의 결과다.
미래의 삶을 좀 더 여유있게 살고 싶은 욕망이 묻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라이프사이클 펀드는 연령대에 따라 공격적인 펀드에서 안정적인 펀드로 그 비중을 바꿔갈 수 있도록 설계된 펀드다. 대개 젊을 때는 주식 비중을 높였다가 나이가 들면 채권 비중을 높이는 식이다. 펀드를 이리저리 옮겨탈 수 있도록 설계된 '엄브렐러 펀드'가 진화된 펀드로 볼 수 있다.
운용사들도 라이프사이클 펀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올해 미국 캐피탈그룹과 손잡고 내놓은 '한국형TDF'(2020~2045펀드 시리즈)를 선보였다. 투자자가 은퇴 시점만 정하면 신경 쓰지 않아도 펀드가 알아서 투자해 주는 상품이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타깃데이트(TDF)로 맞춰놓고 이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자동 조절하는 자산 배분 펀드. 미국에서는 2006년 퇴직연금에 디폴트 옵션 제도(연금 자동가입제도)가 도입되면서 TDF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김정훈 삼성운용 연금사업본부장은 "지금까지 국내에 '라이프사이클'로 소개된 펀드는 대부분 '라이프스타일펀드'에 가깝다"며 "연령별로 주식, 채권 비중을 임의의 비율에 맞춰 계단식으로 설계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라이프사이클 펀드는 소득 배분의 관점에서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 김경록 소장은 "안정적인 노후준비는 필요할 때 일정한 소득을 가치손실 없이 확보하는 것으로 예금은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으로 볼 수 있다"며 "길어진 노후에 대비해 보다 정밀한 은퇴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한국형 소득배분 관점의 은퇴재무설계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