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지배구조도자료=이베스트투자증권2015년 말 기준
한화. 지주회사로 알고 있지만 김승연 회장이 이끄는 한화그룹은 아직 지주회사가 아니다. 때문에 미완의 지주회사 전환과 3세 경영 승계는 점차 풀어야 할 숙제다. 김 회장의 세 아들은 이미 경영권 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은 각각 한화큐셀, 한화생명, 한화건설에서 일하고 있다.
◆ 지주아닌 지주 '한화'
20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에서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곳은 ㈜한화다. 현재 김승연 회장이 이 회사의 지분 22.5%를,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4.4%,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1.7%, 3남 김동선 한화건설 과장이 1.7%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한화그룹의 성장에는 화약이 있었다.
한화그룹은 올해를 기점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그리고 있다.
태양광 등 그룹 주력 사업 경쟁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글로벌 1위를 차지하고, ㈜한화, 한화테크윈, 한화탈레스로 이어지는 방위·민수사업 연결고리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핵심 성장사업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한화는 지난해 삼성그룹 방산·화학 부문 4개사를 인수하는 민간 주도 자율형 빅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을 합병해 세계 최대의 태양광 회사로 새 출발했다. 한화첨단소재는 독일 자동차 부품회사 하이코스틱스사를 인수하면서 독일·유럽 자동차 경량화 부품시장에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방위사업은 규모 확대 뿐만 아니라 기존 탄약, 정밀유도무기 중심에서 자주포, 항공기·함정용 엔진·레이더 등 방산전자 사업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한다.
화학부문 매출은 삼성종합화학 지분을 인수하면서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게 될 전망이다. 최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63빌딩에 면세점을 오픈했다.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는 한화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태양광 사업을 끌어나가고 있다.
일찍부터 한화그룹의 후계자로 알려져 있던 김 전무는 2010년 독일에서 인수한 태양광 설비업체 한화큐셀에 차장으로 입사해 2014년 상무로 승진했다. 적자였던 태양광 사업이 지난해 6년만에 처음으로 흑자를 달성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한화큐셀 매출은 2조901억원, 영업이익 890억원, 순이익 512억원이었다.
올해 승진한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한화그룹은 김동원 상무의 경영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9월 한화생명에 입사한 김 상무가 지난해 전사혁신실 부실장으로 일하면서 보험사로는 유일하게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참여하는 등 사업영역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또 보험업계 최초로 핀테크 기반의 중금리 신용대출인 한화스마트 신용대출을 출시해 시장을 선점하는 등 성과를 냈다고 덧붙였다. 김 상무는 핀테크에 특히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3남인 김동선 한화건설 과장은 갤러리아면세점TF를 책임지면서 그룹 내 건설과 면세점 분야를 맡게 됐다. 그룹의 기대가 큰 면세점 사업이 좋은 성과를 낼 경우 김 과장의 그룹 내 입지가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 경영권 승계 핵심 '한화 S&C'
한화의 경영권 승계에서 주목받는 곳이 있다. 바로 한화S&C이다. 한화 S&C는 김동관(50%) 김동원·김동선(각각 25%) 등 오너 3세가 10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향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샷법의 적용을 받으면 역삼각합병이 허용된다. 한화는 100% 보유한 자회사를 물적분할하고 한화 S&C와 합병하면 오너 일가는 한화의 지분을 교부받게 된다. 한화에서 100% 물적분할 하는 경우 주주총회가 필요없으며, 한화 S&C도 오너 일가가 100%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주주총회가 필요없고, 주식매수청구권도 발생하지 않는다. 결국 한화 S&C는 한화가 100% 보유한 계열사가 된다.
특히 한화 S&C의 자산가치는 10조원 수준으로 한화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 가량이다. 이 기업의 가치가 더욱 커질 경우 3세들의 지분은 늘어난다.
한화S&C가 기업 가치를 키운 뒤 상장해, 한화와 1대 1로 합병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양형모 연구원은 "3세 경영체제를 준비하는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한화 S&C의 경우 한화와의 합병이나 역삼각합병 등의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화는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말을 아낀다. 이유가 있다.
한화가 지주회사로 전환하게 되면 금융계열사를 보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화는 지난 4월6일 한화생명 주식 3058만5795주(지분율 3.5%)를 시간외 대량매매로 한화건설에 처분했다. 처분금액은 2000억3100만원이다. 한화측은 "한화건설의 재무안전성을 위해 추후 담보로 쓸 수 있는 한화생명의 주식을 선제적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지분 매각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한화는 같은 날 한화건설이 발행한 전환상환우선주(RCPS) 2000억원어치(70만1800주)를 사들였다. 결국 그룹은 건설도 지원하고 생명의 경영권도 지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