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수 조원대의 해외 투자에 나서고 있는 롯데그룹이 1967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빠졌다.
신동빈 회장의 20일 검찰에 소환됐기 때문이다. 이날 검찰에 출두한 신 회장은 조사 결과에 따라 구속영장을 청구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신 회장의 구속이 결정될 경우 신 회장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한국 롯데의 사업 자체가 올 스톱될 수 있다.
롯데그룹은 매년 M&A와 신규사업 진출 등 연간 7조원 안팎의 투자를 진행했다. 지난 6월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에 들어가면서 호텔롯데의 상장이 무산됐으며 아시아와 미국, 유럽을 잇는 글로벌 호텔브랜드로 성장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 실제 호텔롯데는 프랑스 파리의 5성급 호텔과 체코 프라하에 약 190개 객실을 보유한 호텔 인수를 검토했으나 전면 중단됐다. 골프장을 보유한 미국 리조트도 인수 검토 단계에서 철수한 바 있다.
세계 3위 롯데면세점은 미국과 호주 등에 근거지를 둔 면세점들의 인수를 검토했지만 철회했다. 롯데케미칼은 미국 석유화학 회사인 엑시올사 인수를 추진했고 지난 6월 초에 인수제안서까지 제출했지만 6월10일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인수제안으로 자진 철회했다.
한편 검찰이 파악한 롯데그룹 경영비리 규모가 2000억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임·횡령에 그룹 계열사 비리까지 더하면 전체 범죄피해 규모는 조 단위를 넘을 수도 있어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재계 5위인 롯데그룹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신 회장이 자리를 비우게 될 경우 내년도 사업계획과 채용규모 결정이 어려워 상당한 경영공백이 예상된다. 또한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 회장의 경영 공백 상태를 이용해 경영권 분쟁을 재발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신 회장에 대해 장시간 강도높은 조사를 진행하면서도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최대한 신중하게 판단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롯데그룹은 별도의 입장자료를 통해 "이번 사태를 통해 더욱 큰 책임감을 가지고 사회공헌에 앞장서고, 국가경제에 기여하겠다"며 "신뢰받는 투명한 롯데가 될 수 있도록 뼈를 깎는 심정으로 변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