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2년을 맞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20대 첫 정기국회에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이면서 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국회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잇따라 분리공시제 도입, 지원금 상한제 일몰기간 단축, 선택약정할인 할인율 확대 등을 골자로 단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시민단체들도 "이동통신사들의 배만 불리는 법"이라며 단통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의 국정감사에서 단통법에 대한 개정 논의가 주요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새누리당 심재철, 더불어민주당 신경민·변재일, 국민의당 신용현 의원 등이 관련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여야를 막론하고 단통법 개정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모양새다.
심재철 의원은 지원금 상한선 폐지를 골자로 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는 출시한 지 15개월이 넘지 않는 단말기에 대해서는 지원금을 33만원 이상으로 올리지 못하도록 한 제도다. 더민주의 신경민 의원도 지원금 상한제 조기 폐지를 주장했다.
신용현 의원은 지난 4일 선택약정의 할인율을 기존 20%에서 30%로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선택약정할인제는 단말기 보조금을 받지 않고,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신 의원은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기준 해외 주요 사업자의 보조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율은 평균 25.2% 수준으로 현행 20%인 국내 요금할인율보다 높다"며 "단통법 폐지 등 실효성 논란과 함께 가계통신비 인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에서 요금할인율을 30% 수준까지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단통법에 대한 평가도 제각각이다. 정부는 가계통신비 절감 효과가 있다며 성과가 적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지원금 경쟁을 제한해 결과적으로 이동통신사들의 배를 불렸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참여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통신 3사의 마케팅비는 8조8220억원에서 7조8669억원으로 11% 줄었고, 영업이익은 3조5980억원으로 2014년보다 87% 늘어났다. 보조금 상한 규제로 그 혜택이 이동통신 3사에 돌아갔다는 주장이다.
이날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도 단통법 시행 이후 불법 '페이백' 민원이 9배 이상 급증해 소비자 피해가 늘어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페이백이란 단말기 판매 시 불법 지원금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일정가로 판매한 뒤 소비자에게 판매대금 중 일부를 다시 현금을 돌려주는 식의 편법적 판매 방식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단통법이 시행되기 전인 2014년 9월까지 페이백 관련 민원 접수는 총 9건에 그쳤으나 단통법이 시행된 이후 관련 민원이 84건에 달해 같은 기간 동안 9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조금을 동일하게 차등 지급해 일명 '호갱'(호구와 고객을 합한 말)을 막겠다고 도입된 단통법이 오히려 소비자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ICT소비자연구원 윤문용 정책국장은 "불법 페이백 민원 증가 사례는 단통법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좋지 않은 풍선효과로 파악된다"며 "분리공시나 상한제 조정 등 단통법 부작용을 완화시킬 개정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주무부처인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단통법 도입 이후 소비자 차별이 해소되고 가계 통신비가 인하됐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국감에서 설전이 예상된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단통법에 대해 "이용자 차별을 없애고 가계통신비를 인하하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시장에서 안착해 가고 있다고 본다"며 "법 개정은 국민을 최우선으로 보고 논의됐으면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통신업계는 단통법 개정 논의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법이 개정된다면 따라야겠지만 주요 이슈로 부각되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스럽다"며 "단통법의 경우 가장 손쉽게 손질할 수 있고 국민들의 체감도가 높아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개정 논의가 활발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