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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국회/정당

"이러지도, 저러지도"…김영란법 딜레마에 재계 속앓이

2016년 국정감사를 앞둔 2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대회의실에서 직원들이 국정감사장을 설치하고 있다./뉴시스



"부정부패 근절 취지는 환영하지만 소통 통로가 막히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재계가 남모를 고민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20대 정기국회 국정감사(9월 26일~10월 15일)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9월 28일) 시행을 앞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국감 증인 출석을 조율하는 과정이 자칫 김영란법에 저촉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기업은 법 적용 대상자가 아니지만 국회의원은 공직자에 해당돼 김영란법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오는 26일부터 내달 15일까지 20일간 국정 전반에 관한 감사를 시행한다. 국감기간 동안 김영란법이 시행되는 셈이다.

재계가 국감을 앞두고 속앓이를 하는 까닭은 국감을 대하는 정치권의 태도와 맞닿아 있다. 국감은 당초 국회가 행정부의 국정 수행이나 예산 집행 등에 대해 감사를 벌이기 위한 목적으로 벌이는 감사활동이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언론과 여론의 주목을 끌기 위해 마구잡이식 증인채택을 주장하면서 국감 때만 되면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 총수를 놓고 의원과 재계가 줄다리기를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게다가 무분별하게 증인으로 채택해놓고 업무와 관계가 없는 질문을 던지거나 질의응답시간이 짧아지면서 질의를 아예 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해 기업인을 들러리 세우려한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9대 국회 국감 증인 출석 기업인 수는 평균 124명으로 16대 국회 평균 57.5명에 비해 2.1배 이상 늘었다. 국감 기간과 시간이 한정된 점을 고려하면 증인 숫자가 늘어날수록 발언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같은 기간 기업인 증인 1인당 평균 질의응답 시간은 16대 국회 27.6분에서 19대 국회 16.2분으로 대폭 감소했다.

일반 증인 가운데 기업인 증인 비중도 크게 늘었다. 16대 국회 30.26%에서 19대 국회 38.75%로 8.49%포인트 급증한 것. 국감의 본래 취지가 무색해진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재계는 불필요한 상황에서의 시간 낭비를 고려, 국감 전 의원들 설득하기에 나서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 김영란법 시행으로 이 같은 행위가 '부정청탁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오자 재계는 난감한 입장이다.

법조계 관계자들도 입장이 엇갈렸다. 증인 출석을 둘러싼 국회와 재계의 이 같은 관행이 법에 저촉되는지 그만큼 판단하기 어렵다는 방증이다.

노영희(법무법인 천일) 변호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국감 증인 출석을 빼달라는 재계의 부탁은) 부정청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다"면서 "이는 국회와 재계의 상호간 본연의 업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재교(서울국제법무법인) 변호사는 "재계의 증인 제외 행위 자체를 부정(不正)이다, 아니다로 판단하긴 어렵다"면서도 "사안에 따라 사법기관의 부정청탁 판단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상 파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증인인지 아닌지에 따라 청탁 여부가 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출석의 필요성'에 대한 기준도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국감에서는 야당이 홈플러스 매각 등과 관련해 도성환 사장과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파트너스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대거 채택해 논란이 일었다. 정당한 경영 활동의 경우 진상파악을 위해 정당한 경영인지를 둘러싼 해석싸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판단은 오로지 사법기관의 몫이다. 법의 잣대에 따라 부정청탁 여부가 갈리게 되는 셈이다.

국회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국감을 둘러싸고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회의를 진행 중이다.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국감 내 증인 채택 여부 자체가 국회 본연의 업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국민권익위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상태다. 권익위와 유권해석이 충돌하거나 최종 판단이 엇갈릴 경우 "결국 판단은 법원의 몫"이라고 말했다.

권익위도 "식사, 선물 등이 오가지 않은 (증인 제외) 청탁은 부정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도 "부정한 정황이 의심돼 사법기관의 수사가 들어갈 경우 다른 형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법조계의 해석이 엇갈리는데 가운데 권익위가 기업인들의 총수 증인채택 제외는 부정청탁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지만 사법부 판단과 충돌할 경우 후자가 우선시된다는 점에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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