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주일대 잇따른 지진으로 지진 리스크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보험사가 해당 리스크 전부를 독자적으로 담보하는 것은 어려운 것으로 판단되면서 당국이 풍수해보험을 지진 리스크 관리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이를 종합자연재해보험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25일 보험연구원 최창희 연구위원에 따르면 지난 12일 이후 잇따른 경주지역 지진은 지난 1978년 이후 사상 최대 규모다. 물적 피해액만 85억원 수준에 이른다.
최 연구위원은 "지진 리스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화재보험 지진담보특약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증가했으나 일부 손해보험사들이 판매를 중단하는 등 이에 따른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손보사가 판매하는 지진으로 인해 발생하는 재물손해를 보상하는 상품은 풍수해보험과 화재보험 지진담보특약, 대기업들이 가입하는 패키지보험 등이다. 다만 개인이 가입해 지진보험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화재보험 지진담보특약의 경우 가입 실적이 미미하다.
이날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전체 화재보험 가입 건수 152만건 중 0.14%인 2187건만이 지진담보특약에 가입했다. 또 지진담보특약 보험료는 8492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화재보험 지진담보특약 가입 현황(2014년)./보험연구원
정책성보험인 풍수해보험의 경우 지난 2014년 기준 현재 수입보험료는 205억원 수준이나 이 중 지진보험요율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이 기간 풍수해보험 Ⅰ·Ⅱ·Ⅲ의 보험료(계약건수)는 각각 115억원(1만2036건), 84억원(26만9529건), 3억416만원(192건)이었다.
최 연구위원은 "순수하게 국내에서 개인이 가입하고 있는 지진보험 규모는 매우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다른 국가에 비해서도 국내 지진 관련 보험 수준은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화재보험 지진담보특약과 풍수해보험 전체를 지진보험이라고 가정해도 지난 2014년 국내 지진보험 보험료는 국민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0014%로, 미국 0.0095%, 일본 0.0444%, 터키 0.0103%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최 연구위원은 "국가별로 지진보험에 대한 수요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도 국내의 경우 보험을 통한 사후 대비가 거의 되어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미국·일본·터키의 지진보험 비교(2014년)./보험연구원
지진보험 제도를 운영하는 대부분의 국가는 정도의 차이가 있으나 보험 리스크를 보험사와 재보험사, 정부가 공유하는 형태로 정책성 지진보험 제도를 운영했다. 국가별로 지진보험이 담보하는 보험목적물, 담보위험, 의무가입 여부, 보험운영주체, 가입자별 보험요율 차등화 여부, 보험가입 한도액, 보험금 제한 등에 차이가 있었다.
국가별로 살피면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보험사가 모집하는 지진 리스크를 지진보험기구가 전부 보유하는 형태로 지진 리스크를 관리한다. 또 일본은 손보사가 지진보험을 인수한 후 지진 리스크의 일부를 보유하고 나머지 부분을 일본지진재보험에 출재, 일본지진재보험은 수재받은 지진보험 리스크를 일부 보유·출재하고 이를 초과하는 부분은 정부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지진보험을 운영한다.
최 연구위원은 "외국은 정부가 보험사와 재보험사가 보상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나는 지진손해에 대해 손해의 초과분을 보상하나, 국내의 경우 지진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경우에도 일괄적으로 피해를 보상한다"고 전했다.
미 캘리포니아 및 일본의 지진보험./보험연구원
이에 따라 이번 경주 지진은 국내 지진 리스크가 간과할 만한 수준 이상으로 판단되며 보험사가 지진 리스크 전부를 독자적으로 담보하는 것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연구위원은 "정부당국은 풍수해보험이 지진 리스크 관리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풍수해보험을 종합자연재해보험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당국은 풍수해보험의 담보목적물을 중소기업, 공공시설물, 소상공인, 일반건물 등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다양한 자연재해 손해를 담보에 추가해 풍수해보험을 국민들이 다양한 자연재해에 활용할 수 있는 종합자연재해보험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보험사는 지진보험 시장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관련 역향을 강화해야 한다"며 "지진 리스크의 통계적 특성을 다양한 CAT(Catastrophe) 모델에 적용함으로써 합리적인 요율을 산출하는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